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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소설입니다...2
    작성자 : 바지가작다 | 조회수 : 2648 (2010-02-20 오전 4:24:55)

    *        감 자

    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사농공상의 제 이위에 드는) 농민이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있게 자라난 처녀 였었다. 예전 선비의 엄한 규
    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독똑하고 엄한 가율 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 감
    고. 바지바람으로 동 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 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 다섯 나던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이라 는 것을 갔다. 그의 새서방
    (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 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민으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서 하나 둘 줄기 시작하 여서 마
    지막에 복녀를 판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다. 그는 극 도로 게으른 사람이었다. 동네 노
    인의 주선으로 소작밭께나 얻어 주면 종자만 뿌려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 하고 김도 안매고 그냥
    버려 두었다 가는 가을에 와서는 되는대로 거둬서 "금년엔 흥년입네 "하고 전줏집에 는 가져도
    안가고 혼자 먹어 버리곤 하였다. 그러니까 그는 한 밭을 이 태를 연하여 부쳐 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네에서는 밭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과 신용을 잃고 말았
    다.
    복녀가 시집을 온 지 한 삼사 년은 장인의 덕으로 이렁저렁 지내 갔 으나 예전 선비의 꼬리인 장
    인도 차차 사위를 밉게 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처가에까지 신용을 잃게 되었다. 그들 부처는 여러 가지로 의논 하다가 하릴없이 평양 성
    안으로 막벌이로 들어왔다. 그러나 게으른 그 에게는 막벌이나마 역시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지
    게를 지고 연광정에 가서 대동강만 내려다 보고 있으니, 어찌 막벌이인들 될까. 한 서너 달 막벌
    이를 하다가 그들은 요행 어떤 집 막간(행랑)살이로 들어가게 되 었다.
    그러나 그 집에서도 얼마 안되어 쫓겨 나왔다. 복녀는 부지런히 주인 집 일을 보았지만 남된의
    게으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맨날 복녀는 눈에 칼을 세워 가지고 남편을 채근하였지만 그의 게
    으른 버릇은 개를 줄 수는 없었다.
    "뱃섬 좀 치워 달라우요."
    "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내가 치우나요."
    "이십 년이나 밥을 처먹고 그걸 못 치워 ! "
    "에이구 꽈 죽구나 말디."
    "이년 뭘 !"
    이러한 싸움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 나왔다.
    이젠 어디로 가나 ? 그들은 하릴없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리어 나 오게 되었다.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의 정업은 거지요. 부업으로는 도둑질과(자기네 끼리
    의 ) 매음. 그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나섰 다.

    그러나 열아홉 살의 한창 좋은 나이의 여꾄네에게는 누가 밥인들 잘 줄까.
    "젊은 거이 거랑질은 왜 ?"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여러 가지 말로 남펀이 병으로 죽어가 거니 어쩌거니 핑계는 대었
    지만, 그런 핑계에는 단련된 평양 시민의 동 정은 역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
    도 가장 가난한 사 람 가운데 드는 편이었다. 그 가운데서 잘 수입되는 사람은 하루에 오 리짜리
    돈푼으로 일 원 칠팔십 전의 현금을 쥐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 었다. 극단으로 나가서는 밤에
    돈벌이를 나갔던 사람은 그날 밤 사십 원을 벌어 가지고 그 근처에서 담배장사를 하기 시작한 사
    람까지 있었 다.
    복녀는 열아홉 살이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네 여 인들의 보통 하는 일을 본받아
    서. 그도 돈벌이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 라도 간간 찾아가면 매일 오륙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 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부처는 역시 가난하게 지냈다. 굶는 일도 혼히 있었다.

    기자묘 솔밭에 송층이가 끓었다. 그때 평양부에서는 그 송충이를 잡 는데(은혜를 베푸는 뜻으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었다. 빈민굴 여인들은 모두가 지원을 하였다. 그러
    나 뽑힌 것은 겨우 오십 명쯤이었다. 복녀도 그 뽑힌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복녀는 열심으로 송층이를 잡았다. 소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서는 송층이를 집게로 집어서
    약물에 잡아넣고 또 그렇게 하고 그의 통 은 잠깐 새에 차곤 하였다. 하루에 삼십이 전씩의 품삯
    이 그의 손에 들 어왔다. 그러나 대엿새 하는 동안에 그는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하 였다. 그것
    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젊은 여인부 한 여남은 사람은 언제든 송충이는 안잡고 아래서 지절거리며
    웃고 날뛰기만 하고 있는 것이었 다. 뿐만 아니라 그 놀고 있는 인부의 품삯은 일하는 사람의 삯
    전보다 팔 전이나 더 많이 내어주는 것이었다. 감독은 한 사람뿐이었는데, 감 독도 그들이 놀고
    있는 것을 묵인할 뿐 아니라 때때로는 자기까지 섞여 서 놀고 있었다. 어떤 날 송충이를 잡다가
    점심 때가 되어서 나무에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을라가려 할 때에 감독이 그를 찾았다
    복네 ! 얘. 복네 !"
    "왜 그릅네까 ? "
    그는 약통과 집게를 놓고 뒤로 돌아섰다.
    "좀 오나라."
    그는 말없이 감독 앞에 갔다.
    "애, 너, 음...... 데 뒤 좀 가 보자. "
    럴 하레요 ?
    "글쎄 가야......"
    "가디요. 형님 ! "
    그는 돌아가면서 부인들 모여 있는 데로 고함쳤다.
    "형님두 갑세다."
    "싫다 얘 둘이서 재미나게 가는데 내가 무슨 맛에 가갔니 ?" 복네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감
    독에게로 돌아섰다.
    "가 보자."
    감독은 저편으로 갔다. 복녀는 머리를 숙이고 따라갔다.
    복네 좋갔구나."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복녀의 숙인 얼굴은 더욱 빨갛게 되었 다. 그날부터 복녀도 "일 안하
    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때부터 변하였
     

    다.
    그는 여태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여 본 일도 없었 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
    요. 짐승의 하는 것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을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되 그런 일 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
    코 사람으로 못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 안하고도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 일본 말로 하자면 "삼박자(三拍子)"같은 좋은 일은 이것 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
    으로 된 것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로부터는 그의 얼굴에 조금씩 분도 발리게 되었다. 일 년이 지 났다.
    그의 처세의 비결은 더욱 더 순탄히 진척되었다. 그의 부처는 인제는 그리 궁하게 지내지는 않게
    되었다. 그의 남편은 이것이 결국 좋은 일 이라는 듯이 아랫목에 누워서 벌씬벌씬 웃고 있었다.
    복녀의 얼굴은 더욱 예뻐졌다.
    "여보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
    복녀는 돈 좀 많이 벌은 듯한 거지를 보면 이렇게 찾는다.
    "오늘은 많이 못 벌었쉐다. "
    "얼마 ?
    " 도무지 열서너 냥."
    "많이 벌었쉐다가레. 한 댓냥 꿰주소고래."
    "오늘은 내가......"
    어쩌고 어쩌고 하면 복녀는 곧 뛰어가서 그의 팔에 늘어진다.
    "나한테 들킨 댐에는 뀌구야 말아요."
    "난. 원. 이 아즈마니 만나믄 야단이더라, 자 께주디, 그 대신 응 ? 알아 있디 ?
    "난 몰라요. 해해해해."
    "모르믄 안줄 테야."
    "글쎄 알았대두 그른다."
    그의 성격은 이만큼까지 진보되었다.
    가을이 되었다.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에 있는 증국인 의 채마밭에 감자(고구마)며
    배추를 도둑질하러 밤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자깨나 잘 도둑질하여 왔다.
    어떤 날 밤 그는 고구마를 한 바구니 잘 도둑질하여 가지고 이젠 돌 아가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꺼먼 그림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 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주인인 중국인 왕서방이었
    다. 복녀는 말도 못 하고 멀찐멀찐 발아래만 보고 있었다.
    "우리집에 가 ! "
    왕서방은 이떻게 말하였다.
    "가재문 가디. 원, 것두 못 갈까."
    복녀는 엉덩이를 한 번 획 두른 뒤에 머리를 젖히고 바구니를 저으면 서 왕서방을 따라갔다.
    한 시간쯤 뒤에 그는 왕서방의 집에서 나왔다. 그가 밭고랑에서 길로 들어서려 할 때에 문득 뒤
    에서 누가 그를 찾았다.
     

    "복네 아니냐 ?"
    복녀는 획 돌아서 보았다. 거기는 곁집 여펀네가 바구니를 끼고 어두 운 밭고랑을 더듬더듬 나오
    고 있었다.
    "형님이댔쉐까...... 형님도 들어갔댔쉐까 ? "
    "님자도 들어갔댔나 ? "
    "형님은 뉘 집에? "
    "나 ? 눅(陸)서방네 집에, 님자는 ?"
    "난 왕서방네...... 형님 얼마 받았소 ? "
    "눅서방네 그 깍쟁이놈 배추 세 패기......"
    "난 삼 원 받았다. "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십 분쯤 뒤에 그는 자기 남편과 그 앞에 돈 삼 원을 내놓은 뒤에 아까 그 왕서방의 이야기를 하
    면서 웃고 있었다.
    그뒤부터 왕서방은 무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한참 왕서방이 눈만 멀찐멀찐 앉아 있으면 복녀의 남편은 눈치를 채 고 밖으로 나간다. 왕서방이
    돌아간 뒤에는 그들 부처는 일 원 흑은 이 원을 가운데 놓고 기뻐하곤 하였다. 복녀는 차차 동네
    거지들한테 애교 를 파는 것을 중지하였다. 왕서방이 분주하여 못 올 때가 있으면 복녀 는 스스
    로 왕서방의 집까지 찾아갈 때도 있었다.
    복녀의 부처는 이젠 이 빈민굴의 한 부자였다.
    그 겨울도 가고 봄이 이르렀다.
    그때 왕서방은 돈 백 원으로 어떤 처녀를 하나 마누라로 사오게 되었 다.
    "흥."
    복녀는 다만 코웃음만 쳤다.
    "복녀, 강짜 하갔구만."
    동네 여편네들이 이런 말을 하면, 복녀는 홍 하고 코웃음을 웃고 하 였다.
    내가 강짜를 해 ? 그는 늘 힘 있게 부인하곤 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 음에 생기는 검은 그림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놈 왕서방. 네 두고 보자."
    왕서방이 색시를 데려오는 날이 가까워졌다. 왕서방은 아직껏 자랑 하던 길다란 머리를 깎았다.
    동시에 그것은 새색시의 의 견이라는 소문 이 퍼졌다.
    "흥 !"
    복녀는 역시 코웃음만 쳤다.
    마침내 새색시가 오는 날이 이르렀다. 칠보단장에 사린교를 탄 색시 가 칠성문 밖 채마밭 가운데
    있는 왕서방의 집에 이르렀다. 밤이 깊도 록 왕서방의 집에는 증국인들이 모여서 별난 악기를 뜯
    으며 별난 곡조 로 노래하며 야단하였다. 복녀는 집모퉁이에 숨어 서서 눈에 살기를 띠 고 방안
    의 동정을 듣고 있었다.
    다른 증국인들은 새벽 두 시쯤 하여 돌아갔다. 그 돌아가는 것을 보 면서 복녀는 왕서방의 집안
    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분이 하얗게 발리어 있었다.
    신랑 신부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그것을 무서운 눈으로 흘겨 보 면서, 그는 왕서방에게 가서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이상 한 웃음이 흘렀다.
     

    "자. 우리 집으로 가요."
    왕서방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눈만 정처없이 두록두록하였다. 복녀 는 다시 한번 왕서방을 흔들
    었다.
    "자, 어서.
    "우리, 오늘은 일이 있어 못가."
    "일은 밤중에 무슨 일."
    "그래두, 우리 일이......"
    복녀의 입에 여태껏 떠돌던 이상한 웃음은 문득 없어졌다.
    "이까짓 것 !"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자. 가자우, 가자우."
    왕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복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일어섰
    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 얼른 얼른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니 되놈 죽어라, 이놈, 나 때렸니 !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 나."
    그는 목을 놓고 처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 데 흘로 서 있는 왕서방의
    집에서는 일장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고꾸라 져 있었
    다.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갔다. 왕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
    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서방을 찾아갔다.
    그둘의 사이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홀이 지났다.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서방의 집에서 남펀의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의사(漢方醫師). 왕서방은 말었 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펀에게 주었 다. 한방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사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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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5 천검 (2010-02-21 01:55:32)
    올려주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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