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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하시나요..? 봄 봄
    작성자 : 바지가작다 | 조회수 : 3780 (2010-02-19 오전 10:13:45)

    *    봄 봄

    장인님 ! 이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바기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 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 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그만 벙벙하
    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초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삼 년이면 삼 년 기한을 딱 작정하고
    일을 했어야 할 것이다. 덮어 놓고 딸이 자라 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 라
    는 줄만 알았지 붙박이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때가 되면 장인님
    이 어련하랴 싶어서 군소리없이 꾸벅꾸벅 일만 해 왔다.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제가 다 알아 차
    려서, 어 참 너 일 많이 했다. 고만 장가 들어라."
    하고 살림도 내주고 해야 나도 좋을 것이 아니냐. 시치미를 딱 메고 도 리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봐서 지레 펄펄 뛰고 이 야단이다. 명색이 좋 아 데릴사위지 일하기에 싱겁기도 할뿐더러 이건
    참 아무 것도 아니다.
    숙맥이 그걸 모르고 점순이의 키 자라기만 까맣게 기다리지 않았나.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 번 재 볼까 했다마는 우리의 장인님
    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서 이야 기도 한마디 하는 법 없다. 우물길에서 어쩌다 마주칠
    적이면 겨우 눈 어림으로 재 보고 하는 것인데 그럴 적마다 나는 저만큼 가서.
    "제 미 키두 !"
    하고 논둑에다 침을 뒈.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다른 사람 보다 좀 크긴 하지만)밑에
    서 넘을락 말락 밤낮 요모양이다.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
    리가 아프도록 궁 리도 해 보았다. 아하 물동이를 자꾸 이니까 뼈다귀가 움츠려드나 보 다, 하고
    내가 넌짓넌지시 그 물을 대신 길어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하러 가면 서낭당에 돌을 을
    려 놓고, "점순이의 키 좀 크게 해줍소사, 그러면 담엔 떡 갖다 놓고 고사드립 죠니까."
    하고 치성도 한두 번 드린 것이 아니다. 어떻게 돼 먹은 킨지 이래도 막 무가내니...... 그래 내 어
    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 서가 아니다.
    모를 심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싱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 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
    르지만 그렇지도 못할 걸 쌔 심어서 묄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불거지는 장인님의 아랫배
    (그 배가 너무 먹은 걸 모르고 냉병이라나)를 불리기 위하여 심고는 조금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 "
    난 모를 심다 말고 배를 쓰다듬으면서 그대로 논둑으로 기어 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던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 앉았다. 일이
    암만 바빠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줌을 뜯어 들고 다 리의 거머리를 쏙쓱 문대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도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을 날 노려보더니, 너 이자식, 왜 또 이래 응
    ?"
    "배가 좀 아파서유 ! "
    하고 풀 위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더
    니 내 멱살을 움켜잡고 내 뺨을 치는 것이 아 닌가
    . 이 자식아, 일허다 말면 누굴 망해 놀 속씸이냐, 이 대가릴 까놀 자 식 !"
    우리 장인님은 약이 오르면 이렇게 손버릇이 아주 뭇됐다. 또 사위에 게 이자식 저자식 하는 이
    놈의 장인님은 어디 있느냐. 오죽해야 우리 동네에서 누굴 막론하고 그에게 욕을 안 먹는 사람은
    명이 짧다 한다.
    조그만 아이들까지도 그를 돌려 세워 놓고 욕필이(본 이름은 봉필이니 까), 욕필이, 하고 손가락
    질을 할 만큼 두루 인심을 잃었다. 허나 인심 을 정말 잃었다면 욕보다 읍의 배참봉댁 마름으로
    더 잃었다. 본디 마 름이란 욕 잘하고 사람 잘 치고 그리고 생김 생기길 호박개 같아야 쓰 는 거
    지만 장인님은 외양에 똑 됐다. 장인께 닭마리나 좀 보내지 않는 다든가 애벌논 때 품을 좀 안
    준다든가 하면 그해 가을에는 영락없이 땅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면 미리부터 돈도 먹이고 술도
    먹이고 안달재 신으로 돌아치던 놈이 그 땅을 슬쩍 돌려 안는다. 이 바람에 장인님 외 양간에는
    눈깔 커다란 황소 한 놈이 절로 엉금엉금 기어들고 동리 사람 들은 그 욕을 다 먹어 가면서도 그
    래도 굽신굽신하는게 아닌가. 그 러나 내겐 장인님이 감히 큰 소리할 계제가 못 된다. 뒷생각은
    못하고 뺨 한 개를 딱 때려 놓고는 장인님은 무색해서 덤덤히 쓴 침만 삼킨다.
    난 그 속을 퍽 잘 안다 조금 있으면 갈도 꺾어야 하고 모도 내야 하고, 한참 바쁜 때인데 나 일
    안하고 우리 집으로 그냥 가면 그만이니까. 작 년 이맘 때도 트집을 좀 하니까 늦잠 잔다고 돌맹
    이를 집어 던져서 자 는 놈의 발목을 삐게 해놨다. 사날씩이나 건성 꿍. 꿍. 닳았더니 종당 에는
    거반 울상이 되지 않았던가.
    "애 그만 일어나 일 좀 해라, 그래야 올 갈에 벼 잘 되면 너 장가들지 않니."
    그래 귀가 번쩍 띄어서 그날로 일어나서 남이 이틀 품 들일 논을 혼 자 삶아 놓으니까 장인님도
    눈깔이 커다랗게 놀랐다. 그럼 정말로 가을 에 와서 혼인을 시켜 줘야 원 경우가 옳지 않겠나. 볏
    섬을 척척 들여 쌓 아도 다른 소리는 없고 물동이를 이고 들어오는 점순이를 담배통으로 가리키
    며.
    "이 자식아 미처 커야지, 조걸 무슨 혼인을 한다구 그러니 원 !" 하고 남 낯짝만 붉게 해주고 그
    만이다. 골김에 그저 이놈의 장인님 하 고 댓돌에다 메꽂고 우리 고향으로 내맬까 하다가 꾹꾹
    참고 말았다.
    참말이지 난 이 꼴 하고는 집으로 차마 못 간다. 장가를 들러갔다가 오 죽 못났어야 그대로 쫓겨
    왔느냐고 손가락질을 받을 테니까......
    논둑에서 벌떡 일어나 한풀 죽은 장인님 앞으로 다가서며,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혀 내슈
    꿔."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
    그러면 얼찐 성례를 해줘야 안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하는 거냐 ?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 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판단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아 왜 이래 어른을."
    안 간다고 뻗디디고 이렇게 호령을 제 맘대로 하지만 장인님 제가 내 기운은 못 당한다. 막 부려
    먹고 딸은 안 주고 게다 땅땅치는 건 다 뭐야 ......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았 느냐. 밭 가장자리로 들 적
    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쩌르고 머리 위에서 벌들은 가끔 붕, 봉,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 밖에 안 들리는 산 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 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몸살을 아직 모르지만) 병이 나려고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
    렁하고 이랬다.
    "이러이 ! 말이 ! 맘 마 마."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소를 부리면 여느 때 같으면 어깨가 으쓱으쓱 한다. 웬일인지 밭 반도 같
    지 않아서 온 몸의 맥이 풀리고 자꾸 짜증만 난다. 공연히 소만 들입다 두들기며.
    "아냐 ! 아냐 ! 이 망할 자식의 소(장인님의 소니까)다리를 꺾어 줄 라."
    그러나 내 속은 정말 아냐 때문이 아니라 점심을 이고 온 점순이의 키를 보고 울화가 났던 것이
    다.
    점순이는 뭐 그리 썩 예쁜 계집애는 못된다. 그렇다고 또 개떡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꼭 내
    아내갸 돼야 할 만큼 그저 톱톱하게 생긴 얼굴이다. 나보다 십 년이 아래니까 을해 열여섯인데
    몸은 남보다 두 살이나 덜 자랐다. 남은 잘도 훤칠히들 크건만 이건 위 아래가 몽톡한 것이 내
    눈에는 하릴없이 감참외 같다. 참외 중에는 감참외가 제일 맛 좋고 예쁘니까 말이다. 둥글고 커단
    눈은 서글서글하니 좋고 좀 지쳐 찢어졌지만 입은 밥술이나 톡톡히 먹음직하니 좋다. 아따 밥만
    많이 먹 게 되면 팔자는 그만 아니냐. 한데 한 가지 파가 있다면 가끔 가다 몸이 (장인님은 이걸
    체신이 없어 들까분다고 하지만) 너무 빨리빨리 논다.
    그래서 밥을 나르다가 때없이 풀밭에다 깨박을 쳐서 흙투성이 밥을 곧 잘 먹인다. 안 먹으면 무
    안해 할까 봐서 이걸 씹고 앉았노라면 으적으 적 소리만 나고 돌을 먹는 겐지 밥을 먹는 겐지......
    그러나 이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채로 밭머리에 곱게 내려놓았다. 그 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응크 리고 앉아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
    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그런데 난 깜짝 놀라지 않았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 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라는지 흑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 "
    하고 혼자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
    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가 있는가 싶어서 나 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해 ?"
    하니까.
    "성례시켜 달라지 럴 어떻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 다.
    나는 잠시 동안 어떻게 되는 셈판인지 맥을 몰라서 그 뒷모양만 덤덤 히 바라보았다.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믈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사람도 아마 그 런가 보다 하고 며칠내에 부
    쩍(속으로)자란 듯싶은 점순이가 반가운 것이 아니다.
    이런 걸 멀쩡하게 아직 어리다구 하니까......
    우리가 구장님을 찾아갔을 때 그는 싸리문 밖에 있는 돼지 우리에서 죽을 퍼 주고 있었다. 서울
    엘 좀 갔다 오더니 사람은 점잖아야 한다고 윗수염이(얼른 보면 지붕 위에 앉은 제비 꼬랑지 같
     

    다)양쪽으로 뾰죽 이 뻗치고 그걸 에햄, 하고 늘 쓰다듬는 손터릇이 있다. 우리를 멀뚱히 쳐다보
    고 미리 알아쳤는지, "왜 일들 허다 말구 그래 ? "
    하더니 손을 올려서 그 에햄을 한 번 후딱 했다.
    "구장님 ! 우리 장인님과 첨에 계약하기를......"
    먼저 덤비는 장인님을 뒤로 떠다밀고 내가 허둥지둥 달려들다가 가 만히 생각하고, "아니 우리
    빙장님과 첨에."
    하고 첫번부터 다시 말을 고켰다. 장인님은 빙장님 해야 좋아하고 밖에 나와서 장인님 하면 괜스
    레 골을 내려든다. 뱀도 뱀이라야 좋냐구 창피 스러우니 남 듣는 데는 제발 빙장님. 빙모님, 하라
    고 일상 당조짐을 받 아 오면서 난 그것도 자꾸 잊는다. 당장도 장인님 하다 옆에서 내 발등 을
    꾹 밟고 곁눈질을 홀기는 바람에야 겨우 알았지만-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 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퉁기며, ?그럼 봉필 씨 ! 얼른 성례를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 다
    는 걸 !"
    하고 내 짐작대로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은 삿대질로 눈을 부 라리며
    , 아 성례구 둬고 계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 하니까 그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 "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 다 그 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자식아 !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고 메냐 ?"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 ? (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귀때기 하나가 작다)
    장인님은 이 말을 듣고 껄껄 웃더니(그러나 암만해두 돌 씹은 상이 다)코를 푸는 척하고 날 은근
    히 끓리려고 팔꿈치로 옆 갈비께를 퍽 치 는 것이다. 더럽다. 나도 종아리의 파리를 쫓는 척하고
    허리를 구부리 며 그 궁등이를 꽉 메밀었다. 장인님은 앞으로 우줄근하고 싸리문께로 쓰러질 듯
    하다 몸을 바로 고치더니 눈총을 몹시 쏘았다. 이런 상년의 자식 ! 하고 싶으나 남의 앞이라서 차
    마 못하고 섰는 그 꼴이 보기에 퍽 쟁그러웠다.
    그러나 이 밖에도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로 논으로 돌아 와서 모를 심었다. 왜냐하
    면 장인님이 뭐라고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고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 니까 그
    래 꾀었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자네 말두 하기야 옳지. 암 나이 찼으니까 아들이 급하다는 게 잘못 된 말은 아니야. 허지만 농
    사가 한창 바쁜데 일을 안한다든가 집으로 달아난다든가 하면 손해죄로 그것도 징역을 가거든 !
    (여기에 그만 정 신이 번쩍 났다) 왜 요전에 삼포말서 산에 불 좀 놓았다구 징역간 거 못 봤나 ?
    제 산에 불을 놓아두 징역을 가는 이땐데 남의 농사를 버려 주 니 죄가 얼마나 중한가. 그리고
    자넨 정장을(사경 받으러 정장가겠다 했다)간다지만 그러면 괜시리 죄를 들쓰고 들어가는 걸세.
    또 결혼도 그렇지 법률에 성년이란 게 있는데 스물 하나가 돼야지 비로소 결혼을 할 수 있는 걸
    세. 자넨 물론 아들이 늦을 걸 염려하지만 점순이로 말하 면 이제 겨우 열 여섯이 아닌가. 그렇지
    만 아까 빙장님의 말씀이 올 가 을에는 열일을 젖히고라두 성례를 시켜 주겠다 하시니 좀 고마울
    겐가.
    빨리 가서 모 심던 거나 마저 심게. 군소리 말구 어서 가." 그래서 오늘 아침까지 끽소리 없이 왔
    다.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은 지금 생각하면 전혀 뜻밖의 일이라 안 할 수 없다 장인님으로 말하면
    요즈막 작인들에게 행세를 좀 하고 싶다고 해서 "돈 있으면 양반이지 별게 있느냐 ! "하고 일부
    러 아랫배를 툭 내 밀고 걸음도 뒤틀리게 걷곤 하는 이판이다. 이까짓 나쯤 두들기다 남의 땅을
    가지고 모처럼 닦아 놓았던 가문을 망친다든지 할 어른이 아니다.
    또 나로 논지면 아무쪼록 잘 뵈서 점순이에게 얼른 장가를 들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을 간 것이 썩 나빴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대고 빈 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 둬? "
    "그럼 어떻하니 ? "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로 박아 놓지 월 어떻게 ? "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
    질을 하다 등잔까지 켰다. 놈이 본시 팔말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고 막 지다
    위를 붓 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았으니까 저만 연방 지껄이는 소리 가, "밤낮 일만
    해 주고 있을 테냐 ?"
    "영득이는 일 년을 살고도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고도 더 살 아야 해 ?
    " 네가 세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번째 사위."
    "남의 일이라도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중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고까
    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로 후딱이었다. 별의별 소리를 다해서 그대로 옮길 수는 없으나 그 줄
    거리 는 이렇다.
    우리 장인님이 딸이 셋이 있는데 그 딸도 데릴사위를 해 가지고 있다 가 내보냈다. 그런데 딸이
    열 살 때부터 열아홉 즉 십 년 동안에 데릴사 위를 갈아들이기를 동리에선 사위 부자라고 이름이
    났지마는 열 놈이 란 참 너무 많다. 장인님이 아들은 없고 딸만 있는 고로 그담 딸을 데릴 사위
    를 해 올 때까지는 부려먹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머슴을 두면 좋 지만 그건 돈이 드니까, 일 잘
    하는 놈을 고르느라고 연방 바꿔 들였다.
    또 한편 놈들이 욕만 줄창 퍼붓고 심히도 부려먹으니까 밸이 상해서 달 아나기도 했==지. 점순이
    는 둘째딸인데 내가 일테면 그 세번째 데릴사 위로 들어온 셈이다. 내 담으로 네번째 놈이 들어
    을 것을 내가 일도 참 잘하고 그리고 사람이 좀 어수룩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칠 않 는
    다. 세째딸이 인제 여섯 살, 적어도 열 살은 돼야 데릴사위를 할터므 로 그 동안은 죽도록 부려먹
    어야 된다. 그러니 인제는 속 좀 차리고 장 가를 들여 달라구 메를 쓰고 나자빠져라 이것이다.
    나는 건성으로 엉, 엉, 하며 귓등으로 들었다. 몽태는 땅을 얻어 부 치다가 떨어진 뒤로는 장인님
    만 보면 공연히 못 먹어서 으르렁거린다.
    그것도 장인님이 저 달라고 할 적에 제 집에서 위한다는 그 감투(예전 에 원님이 쓰던 것이라나
    옆구리에 뽕뽕 좀먹은 걸레)를 선뜻 주었더라 면 그럴 리도 없었던 걸......
    그러나 나는 몽태란 놈의 말을 전수히 곧이듣지 않았다. 꼭 곧이들었 다면 간밤에 와서 장인님과
    싸웠지 무사히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면 딸에게까지 인심을 잃은 장인님이 혼자 나빴다.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침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았나 하고 이
    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 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 이고 멋
    대로 먹어도 좋으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 고 해서 안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내려놓으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 "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 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
    리석었다. 속으로 그펐다. 나도 저쪽 벽을 향 하여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
    한담 ! "
    하니까, "쉼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올 내며 안으로 샐쭉하니 훼들어가지 않 느냐. 이 때 아무도 본 사
    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 미잃은 황새 새끼처럼 가엾다 했을 것이다.
    사실 이 때만큼 슬펐던 일이 또 있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은 암만 뭇생겼다 해도 괜찮지만 내
    아내 될 점순이가 병신으로 본다면 참 신세 는 따분하다. 밥을 먹은 뒤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가려
    하다 도로 벗어 던 지고 바깥 마당 공석 위에 드러누워서 나는 차라리 죽느니만 같지 못하 다 생
    각했다.
    쌔가 일 안하면 장인님 저는 나이가 먹어 못하고 결국 농사 못 짓고 만다. 뒷짐으로 트립을 꿀꺽
    하고 대문 밖으로 나오다 날 보고서, "이 자식아 ! 너 왜 또 이러니 ?"
    "관격이 났어유, 아이구 배야 ! "
    "기껏 밥 처먹구 나서 무슨 관격이야, 남의 농사 버려 두면 이 자식 아 징역간다 봐라 !"
    가두 좋아유, 아이구 배야 ! "
    참말 난 일 안해서 징역 가도 좋다 생각했다. 일후 아들을 낳아도 그 앞에서 바보 바보 이렇게
    별명을 들을 테니까 오늘은 열 쪽이 난대도 결정을 내고 싶었다.
    장인님이 일어나라고 해도 내가 안 일어나니까 눈에 독이 올라서 저 편으로 횡하게 가더니 지게
    막대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걸로 내 허리 를 마치 돌떠넘기듯이 쿡 쩍어서 넘기고 넘기고 했
    다. 밥을 잔뜩 먹고 딱딱한 배가 그럴적마다 퉁겨지면서 밸창이 꼿꼿한 것이 여간 챙기지 않았다.
    그래도 안 일어나니까 이번에는 배를 지게막대기로 위에서 쿡 쿡 쩌르고 발길로 옆구리를 차고
    했다. 장인님은 원체 심술궂어서 그러 지만 나도 저만 못하지 않게 배를 채였다. 아픈 것을 눈을
    꽉 감고 넌 해라 난 재미난단 듯이 있었으나 볼기짝을 후려갈길 적에는 나도 모르 는 결에 벌떡
    일어나서 그 수염을 잡아쳤다. 마는 내 골이 난 것이 아니 라 정말은 아까부터 부엌 뒤 울타리
    구멍으로 점순이가 우리들의 꼴을 몰래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말 한 마디 똑똑히 못한다고 바보라는데 매까지 잠자코 맞 는 것 보면 짜장 바보로 알
    게 아닌가. 또 점순이도 미워하는 이까짓 놈 의 장인님 나하곤 아무것도 안되니까 막 때려도 좋
    지만 사정 보아서 수 염만 채고(제 원대로 했으니까 이 때 점순이는 퍽 기뻤겠지 )저기까지 잘
    들리도록, "이걸 까셀라부다 !"
    하고 소리를 쳤다.
    장인님은 더 약이 바싹 올라서 잡은 참지게막대기로 내 어깨를 그냥 내려 갈겼다. 정신이 다 아
    찔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때엔 나도 온몸에 약이 올랐다. 이 녀석의 장인님을 하고 눈에
    서 불이 퍽 나서 그 아래 밭있는 넝 아래로 그대로 떠밀려 굴려 버렸다. 조금 있다가 장인 님이
    쩍, 씩, 하고 한 번 해 보려고 기어 오르는 걸 얼른 또 떠밀어 굴 려 버렸다.
    기어 오르면 굴리고. 굴리면 기어 오르고 이러길 한 너덧 번을 하며 그럴 적마다
    .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하지유 !"
    나는 이렇게 호령했다. 하지만 장인님이 선뜻, 오냐 낼이라두 성례 시켜 주마, 했으면 나도 성가
    신 걸 그만 두었을지 모른다. 나야 이러면 때린 건 아니니까 나중에 장인 쳤다는 누명도 안 들을
    터이고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한 번은 장인님이 헐떡헐떡 기어서 올라 오더니 내 바짓가랑이를 요 렇게 노리고서 담박 움켜잡
     


    고 매달렸다. 악 소리를 치고 나는 그만 세 상이 다 팽그르 도는 것이, "빙장님 ! 빙장님 ! 빙장님
    !"
    "이 자식 ! 잡아 먹어라 잡아 먹어 !"
    "아 ! 아 ! 할아버지 ! 살려 줍쇼 할아버지 !"
    하고 두 팔을 허등지둥 내절 적에는 이마에 진땀이 쪽 내솟고 인젠 참 으로 죽나보다 했다. 그래
    도 장인님은 놓칠 않더니 내가 기어이 땅바닥 에 쓰러져서 거진 까무라치게 되니까 놓는다. 더럽
    다 더 럽다. 이게 장 인님인가, 나는 한참을 못 일어나고 쩔쩔맸다. 그러나 얼굴을 드니(눈 에 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사지가 부르르 떨리면서 나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랑이를
    꽉 움키고 잡아낚았다.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 맞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 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
    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 주머니에 희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을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
    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 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 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
    이렇게 맹세를 하며 부랴부랴 지게 가지고 일터로 갔다.
    그러나 이때는 그걸 모르고 장인님을 원수로만 여겨서 잔뜩 잡아당 겼다.
    "아 ! 아 ! 이놈아 ! 놔라, 놔 놔 !"
    장인님은 헛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게 더 당겼다. 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 다
    "할아버지 ! 놔라, 놔. 놔. 놔, 놔.
    그래도 안되니까, "얘 점순아 ! 점순아 !"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 어 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
    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 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하
    겠지 배체이 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주기는 제가 내래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떠니 !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 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
    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 쪽 귀마저 뒤로 잡아 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
    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
    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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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5 천검 (2010-02-19 16:54:11)
    올려주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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