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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키리누스 | 조회수 : 1339 (2009-09-07 오후 8:19:19)


     아주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마을에 담력이 아주 세다고 장담하는 청년이 셋 있었다 한다. 어느날 이들은 누가 담력이 더 센가 시험해보기로 의결했다.


     시험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 마을로부터 산길을 지나 4km 정도 거리에 있는 화장터의 문 옆에 걸린, 관을 이동할 때 사용하는 갈고리를 벗겨오고 다시 가서 걸어놓자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다녀오겠다고 호언장담한 청년이, 당시에는 버스는 물론이려니와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산길을 걸어 화장터로 향했다.


     기다리던 두 청년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충분히 다녀오고도 남을 만한, 세 시간이 다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후 가장 먼저 산길을 나섰던 청년이 넋나간 눈빛을 하고 귀신과 다름없는 몰골을 한 채로 문을 벌컥 열어제끼자 말자 바로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이 아닌가.


     한참 후에야 제 정신이 든 청년은 이런 이야길 했다.


    '의기양양하게 화장터까지 단숨에 도착했는데, 벽에 걸린 갈고리를 벗겨내기까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갈고리를 들고 뒤로 막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형언키 어려운 섬뜩한 공포감이 확 몰려오더라는 것이다. 그리곤 그 후론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노라'고... '예까지 어찌 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런 내기는 내 평생 다시는 안할 거야'라고.......


     그 이야길 들은 나머지 두 청년은 누구도 자기가 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래도 셋 중 가장 담력이 세다고 믿었던 친구가 그지경으로 돌아왔으니 그럴 밖에.......

    담력이란 자랑이나 장담할 만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내게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문스러운 기억이 하나 있다.


     친구 하나가 자취방을 얻었단다.

    해서 짐도 정리해줄 겸 그곳엘 따라갔더니 원 세상에.......

     망우리 공동묘지 아래 몇 채 안되는 아주 작은 동네 한 가운데에 자취방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동네는 몇 구의 무덤에 둘러싸여 있고......... 해서 창문 밖으로 비석까지 보이는 방이었다.

     처음 가서는 한밤중 창밖을 내다보다가  '한 여인이 소복차림으로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듯한' 것을 보고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들 참 많이 놀랐었다. 그런 것(그 방을 얻은 친구)도 '간덩이가 부었다'고 해야 하나.


     어느날은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500m쯤은 됨직한 논둑길을 걸어가서 낮은 언덕에 있는 몇 구의 무덤을 지나가야 하는 그 자취방을 방문하기로 하고 퇴근 후 밤 10시가 넘어서 망우리 종점에 도착해 그친구의 방을 향해 논둑길을 걸어가던 중이었다. 논둑길 이쪽에는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앞에 켜놓은 작은 전등하나가 희미하게 등대(?)노릇을 하고 있었다.

     구멍가게의 전등불빛을 등지고 논둑길 중간쯤의 지점에 다다랐을 때였다.

     모두 아시다 시피 논둑길은 예나 지금이나 한 사람이 겨우 걸어갈 정도의 폭을 가지고 있다. 근데 앞에서 슬리퍼를 직직 소리내어 끌며, 검은 옷자락을 나풀거리면서 누군가 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평소 다른 사람의 거동에 관심없던 내가 본 것은 그게 다였다.


      그 순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좁은 길에서 서로 전혀 닿지도 않고 스치듯 지나가고 나서 대여섯 걸음을 옮겼을까........

    갑자기 슬리퍼 소리가 나지 않아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방금 지나간 사람이 온데간데 없는 것이다.

     내가 대여섯 걸음을 옮기는 동안 200m가 넘는 구멍가게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려면 날아간다 해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

      난 돌아선 채로,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어두워 미처 못본 것인가 하고 한참 동안 그대로 서서 몇 번이고 눈을 씻고 다시 확인하려 애를 썼다. 거 참 이상하다........ 지가 수퍼맨도 아니고.......

      밤 11시가 다된 시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친구에게 가서 그 이야길 했더니 듣자 말자


      '야 너 그거 귀신이야! 귀신을 만난 거야!'라고 한다.

     '무슨 그런 심한 말을....... '

     그리곤 그 뒤로도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그 이야길 하면 듣는 사람마다 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왜 그때도 무서운 생각보다는, 멀쩡한 사람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만 이상해하고 궁금해했을까. 실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고. 귀신? 에잉......... 정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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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6 sjswin5 (2009-09-13 03:31:27)
    귀신이 아니고 슈퍼맨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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