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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 공포 이야기
    작성자 : 키리누스 | 조회수 : 3187 (2009-09-08 오전 8:35:44)

    홍수가 완전히 끝났다고 느껴질 무렵이었습니다.

    그 날 따라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아침부터 요란했습니다.

    산사태 등으로 유실된 지뢰를 사단에서 파견된 폭발물 처리반이 폭파하는 작업이 있었죠.

    토사에 섞여 흘러내린 지뢰나 각종 불반탄 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쟁당시 북한군이 비행기로 대인 지뢰를 뿌리고 지나갔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

    실감나던 때였습니다.

    전방에서 작업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탄피라던가 특히 지뢰.

    산악지형에 대전차 지뢰도 가끔 발견이 되곤 하는데, 산에 올라올리 없는 전차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비행기로 뿌리고 지나갔다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이 있었죠.

    그날도 수해 복구 노가다에 전원 투입이 된 초소의 병사들.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 일과를 땡땡이 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가는 대민지원이 아니라 슬슬 지겨워지는

    노가다판의 일꾼으로 변해가는 대민지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동네 주민들도 맨날 보는게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그저 작업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였기는 하네요.

    그렇게 노동착취를 강요받던 나날 중 쓰러진 벼들을 세우러 나간 대민지원이 있던 날입니다.

    여담으로 제 왼쪽 새끼손가락에 7바늘을 꼬맨 자욱이 있는데, 날이 둔한 군용낫으로 작업 하던 버릇때문에

    글라이더로 날을 세운 민간 낫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벌어진 참사의 흔적이죠.

    "니미......"

    옆에 고참이 가늘게 한숨 쉬듯 욕을 뱉어내더군요.

    그도 그럴만 했습니다.

    포터 짐칸에 타고 가는 내내 양옆으로 보이는 논들.

    푸르스름한 벼들이 죄다 한방향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우리들은 설마설마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죠.

    포터가 정지하고 운전석에서 내린 아저씨는 우리를 향해 한마디 던지는 것입니다.

    "자네들이 수고 좀 해줘야겠어."

    그말은 저 끝도 안 보이는 논들의 벼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죠.

    "우와 돌겄네. 말년에 이게 무슨 지랄이고...."

    "죽겠지 말입니다. 저 꼰대는 우리가 무슨 일꾼정도로 밖에 안 보이나 봅니다."

    최병장이 한숨을 토로하자, 김상병도 덩달아 거들고 나서더군요.

    얼굴들엔 불만들이 가득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감히 하늘같은 고참님들 앞에서 그랬다간 국물도 없었죠.

    "저 영감탱이 돈거 아이가. 노가다도 하루 이틀이지 이거 맨날 부려먹고 돌아불겄다."

    "어떻게 자대 작업 보다 빡세게 일과가 돌아가는지......"

    뭐 어떤 욕을 해대고 한탄을 해봐야 답이 없었죠.

    이미 손은 벼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허리가 끊어질 듯 작업한 기억이 새롭게 피어나네요.

    그렇게 오전 내내 작업을 하고, 점심을 싣고 오는 포터가 저 멀리 보일 때 즈음 이었습니다.

    "밥은 제때 주네....."

    김상병이 허리를 피고 한숨쉬듯 저만치 포터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내는 더 못한데이. 배째라 마."

    최병장이 저만치 낫을 던져버리고 항상 식사를 차리는 곳으로 먼저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막걸리 나왔겠지 말입니다."

    "하모. 안나오면 다 주기삔다 아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 경쟁하듯 달려나가는 뒷모습이 애들 같이 보였었죠.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밥먹는 시간만은 즐거웠었죠.

    얼굴에 가득한 불만이 사라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윽고 가져온 점심이 차려지자 정말 걸신들린 듯 해치워 나갔습니다.

    "내는 이맛에 버틴다 아이가."

    "저도 말입니다."

    자리를 깔고 둘러앉은 10여명의 군인들 사이에 놓인 음식들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 갔습니다.

    "근데 아저씨는 안 가는교?"

    최병장이 우리들을 매일 태워다 주는 포터 운전사 아저씨를 보고 대뜸 묻더군요.

    "아 오늘은 거들어야지."

    "왠일이십니꺼? 일을 다 할려 하시고. 저는 포터 운전수라꼬 생각했는데."

    "어허. 나도 할 땐 하는 사람이야. 다른일이 바빠서 그렇지..."

    "뭐가 바쁜데예?"

    "있어 그런게....논만이 아냐. 하우스니 뭐니 해서 이번에 다 박살났다고...."

    "그렇심니꺼?"

    최병장은 괜히 물어봤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대충 식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가져온 막걸리들을 해치우는 중이었지요.

    "아저씨도 한 사발 하실랍니꺼?"

    "안돼 안돼. 운전해야지."

    세게 손을 젖는 아저씨.

    "뭐 어떻십니꺼? 경찰들이 있는 것도 아인데."

    "그래도 안돼. 마실거 같으면 벌써 마셨지."

    "그래예? 알겠심더."

    그러곤 최병장은 놀리듯 벌컥 드리마셔 버리더군요.

    아저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를 한개피 무시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펑'

    저 멀리 산에서 소리가 들리고 조금 있다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조심해야지..."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시던 아저씨.

    "지뢰때문에 사람 많이 다쳤어. 이번에도 다치는 사람이 나올지 몰라."

    눈에 보이는 듯 말씀 하시는 아저씨,

    "젊은 사람이 죽은 적도 있어. 외지 사람이었는데 운이 없었지."

    "젊은 사람 말입니까?"

    김상병이 대뜸 묻고 나서더군요.

    뭔가 알고 있는 표정이랄까?

    연관된 무언가를 확인 할려고 하던 표정이었습니다.

    "그래 젊은 여자였어."

    "젊은 여자요?"

    "운도 진짜 더럽게 없었지...."

    아저씨는 회상하듯 그 때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3년전인가 여름 홍수가 지나고 단풍이 질 무렵이었답니다.

    그 때 즈음이면 을지전망대에 관광객이 한참 몰려들 때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마을은 특수를 누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을지전망대에서 땅굴로 들어가거나 내려올때 잠깐 휴식을

    취할때면 마을 여기저기에 외지 사람들이 많아지곤 했었답니다.

    "그래봐야 시골 깡촌에 뭐 볼게 있는지...놀러온 사람들은 대개 도시사람들 이어서 마냥 신기했던

    모양이야."

    아저씨의 말그대로 우리가 보는 해안 마을은 그냥 깡촌 이었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여기서 몇일 묵고 가던 사람들이 있기도 했어."

    그러고 보니 마을 듬성듬성 여인숙 이라는 간판을 볼때가 있었는데, 누굴 상대로 장사하나 싶어 궁금하기도

    했었죠.

    "그 젊은 여자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는데....."

    아저씨의 말은 이랬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을지전망대로 가는 길에 이 마을에 머물렀던 여자 였다고 하네요.

    뚜렷하게 기억 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온 자가용이 빨간색 스포츠카 여서 더욱 인상깊게 남았었다고

    하네요.

    "동네 노친네들이 수근덕 거리던게 기억나네. 빨간차가 얼마나 눈에 띄었겠어? 거기에다 자기 머리통만한

    사진기를 목에 매고 다녔는데. 딱 봐도 외지인이라 광고하고 다니는 모양이었지."

    모습이 대충 상상이 갔습니다.

    그 때 였죠.

    김상병이 대뜸 아저씨께 물어 오더랍니다.

    "아저씨 혹시 이렇게 생긴 여자였던가요?"

    김상병은 이래저래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음...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닌가요?"

    "아닌거 같기도 한데....근데 자네도 아는 여자인가?"

    ".......아뇨..."

    김상병의 이야기를 듣던 저는 번뜩 그 날의 일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묘사된 모습은 분명 그날 김상병이 검문했던 그 여자였죠.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손바닥을 치며 김상병을 놀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맞어. 그런옷을 본 적이 있지."

    김상병의 눈은 약간 놀랜빛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여기에 한 5일 정도 머문거 같아. 항상 가벼워 보이는 상의에 청바지였어. 그렇게 동네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다녔었는데...."

    아저씨는 잠시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고가 난게 어느날 저녁 무렵 이었을 거야."

    "사고라뇨?"

    "뭐긴. 지뢰사고지."

    "그럼 그 여자가?"

    "그래."

    아저씨는 말을 이었습니다.

    원래는 근무를 서는 군인들 때문에 을지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엔 절대로 민간인 혼자 도보로 올라 갈 수

    가 없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군사지역이니까요.

    그런데 꼭 그 규칙이 지켜지지는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경계를 서던 초병들을 잘 구슬려서 혼자서 길을 따라 올라간 모양이었습니다.

    군인들도 남자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었겠죠.

    사진을 좀 찍고 내려오겠다고 하고 올라간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여자 혼자 올려보냈고, 사고는 일어났던 것이랍니다.

    사고가 난 지역은 아스팔트 진입로랑은 거리가 먼 멀리 떨어진 산에서 였다는군요.

    나중에 예측하기를 단풍 사진을 찍으러 지뢰지역을 통과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사고는 일어나게 되었고, 여자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는 것이지요.

    "참 안됐어. 지뢰를 밟고 하반신이 날아간 모양이야. 바로 즉사하지는 못하고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사라나. 어쨌든 지뢰사고지."

    왠지 술맛이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날 새벽에 있던 일들이 기억이 나고 그 한낮에 으스스한 공포를 맛보는 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자네가 말한 생김새 어디서 봤는가 싶었는데, 그게...."

    폭발이 있고 지뢰가 터진 사고현장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여자의 시체를 발견 할 수 있었답니다.

    즉사 하지 못하고 고통속에 몸을 끌고 이동했던 모양이더랍니다.

    직접 본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들은 현장 검사 후문이 그랬다는 군요.

    시체를 발견당시 얼굴이나 몸의 형체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어서 투숙하던 곳에 놓인 신분증이나 기타

    물건들을 회수했는데, 그 중에 나온 필름을 현상한 사진으로 동네 주민들의 증언을 받았다고 하네요.

    풍경이 찍힌 사진들중에 누군가 찍어준 사진 하나가 김상병이 말한 인상착의와 비슷했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애들이나 말하는 장난이라 생각했는데....."

    "예?"

    "동네 애들이 잘 가는 흉가 비슷한게 있어. 저기에...."

    손 끝이 가르키는 방향은 저희가 경계를 서는 방향이었습니다.

    "거기서 그 여자 귀신이 나온다고 애들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진짜인 모양이었구만."

    김상병의 표정은 실감나게 두려운 표정이었죠.

    그럴만도 한게 귀신을 잡고 검문을 할려는 수작을 부렸으니....

    김상병이 본 그 여자가 왠지 그림 같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속의 모습이 죽어서도 기억에 남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가 교육 받은 것은 발목 지뢰로는 하반신을 다 날리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중얼거리듯 이야기 하더군요.

    "아냐. 굉장히 큰 지뢰였나봐."

    "큰지뢰요? 대전차 지뢰인가? 그게 사람이 밟아서 터질일이 없는데...."

    "나도 잘 모르지. 폭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몰라. 워낙 통제가 심해서...

    다들 그런 사고가 나면 지뢰를 밟았거니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거야. 나도 그렇고...하여튼 자네들도

    조심해. 홍수 후에 꼭 사고가 발생하니깐."

    그러고 보니 사고 전파 소식중엔 산으로 약초를 캐러 올라가던 민간인이 지뢰를 밟고 발목이 절단된

    사고라던가 하는 것들을 가끔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봄 가을 집중 진지공사 기간엔 더더욱 경계가 심해지곤 했죠.

    그렇게 사건의 진상 비슷한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 부터 새벽 근무시간엔 3명이 근무를 서는 아주 불편한 풍경이 연출이 되었답니다.

    물론 소대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고, 공포보다도 근무시간이 자주 돌아오는 피곤함에 대한 분노

    그 후로는 보지 못한 그 여자귀신에 대해 퍼부어지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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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6 sjswin5 (2009-09-13 03:43:22)
    평생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되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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