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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
    작성자 : 간호사힘듬 | 조회수 : 1495 (2013-10-16 오후 7:33:23)
    “혜지야”


    틀림없는 우리 언니의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불쾌한 느낌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다급하게 걸어 잠근 남의 집 대문에 기대어 가파른 숨을 내쉬는 와중에, 또다시 가느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혜지야”


    애절하다 못해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대문을 열어달라고 나를 보챘다.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손이 대문 손잡이를
    향해 뻗어갔지만, 이를 악 물고 겨우 참아냈다. 놀란 가슴을 꽉 쥐어 잡고, 숨 죽여 울었다.

    더 이상, 내 조그마한 상처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던 언니가 아니었다.

    부모님께 용돈 문제로 투정을 부렸지만 반대로 쫓겨난 내 손에, 슬며시 만 원짜리 한 장 쥐어준 언니도 아니었다.

    그저, 시퍼런 칼을 손에 쥐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대문 밖의 언니가 있을 뿐.


    사악 ;

    사악 ;


    기분 나쁜 마찰음이 고막을 찢어 발겼다.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냥감을 눈 앞에 둔 맹수가 칼로 대문을 긁는 소리를.


    “꺄아악!!!”


    바로 뒤에 앉아있던 나는 순간 뒷걸음질 쳤다.

    그 수단이 다리가 아닌 손바닥 이었기 때문에, 거친 바닥을 짚은 결과로 살이 까지고 피가 고였다.

    고통을 느끼는 쪽 보다, 활활 타오르는 머릿속에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언니가 제발 예전처럼 돌아오길 빌고 있었다.


    “혜지야”


    이제는 소름 끼치다 못 해 괴기스럽게 변질되는 목소리가 두리번두리번 나를 찾아 헤맸다.

    정신력의 한계로 인해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기야 나를 그렇게나 아끼던 언니가 칼을 드는 것도 모자라 나를
    죽이려고 까지 하는데, 온전히 서 있는 것이 이상했을 것이다.

    힘이 풀린 듯한 다리가 주저앉아 버리자, 덩달아 상체도 주저앉았다.

    귀를 막고 웅크린 자세로, 저 건너편에 있는 원망스러운 상대에게 대뜸 소리질렀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

    “…… 가자고 했잖아”

    “뭐?”

    “나랑 놀이공원 같이 가자고 했잖아”


    일 년도 넘은 약속을 기억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용돈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다짐했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일까?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을 이기지 못 해, 손가락 내걸었던 약속을 이제 와서 얘기하는 이유는 묻지 않았다.

    설마 에서 확신으로 점점 변해가는 내 마음 때문이었다.


    “정말 언니 맞아?”

    “그래”


    조심스럽게 문을 향해 다가갔다. 대문을 긁는 소리 따위는 멈춘 지 오래였다.

    왠지 모르게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자국씩 옮길 때마다, 심장에서 지진이 발생한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문 너머에는 분명 나를 끔찍이 아끼는 언니가 두 팔을 벌린 채로 서 있을 거야. 설마 동생을 진짜 죽이려고 하겠어?

    불과 1cm의 거리를 남겨두고, 문을 열려고 하는 찰나에, 무언가 강하게 휘어잡는 느낌이 들었다.


    “안 돼!”


    굵직한 남성의 팔이 내 손목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석상마냥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몸을 기울여서 안간힘을 쥐어봤지만 헛수고였다. 뒤늦게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한 쪽 팔을 쭉 뻗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입술에 손을 갖다 대며 목소리를 낮추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아가씨, 절대로 문을 열지 마세요’

    “이거 놔요!”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우리 언니란 말이에요!”

    ‘네?’

    “우리 언니라고요!”

    ‘저 살인마가 아가씨 언니에요?’


    내가 당신에 대해 물어봐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오히려 남자는 나를 향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살인마요?’

    ‘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인다네요’

    ‘그럴 리가……’

    ‘일단, 저기로 빠져 나가죠.’


    남자가 가리킨 곳에, 주택 뒤쪽으로 나가는 샛길이 있었다.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아무도 듣지 못 하게, 물론 궁극적인 대상은 문 건너편의 ‘살인마’ 였다.

    가로등 불빛 한 움큼도 없는 샛길에서 번뜩이는 눈빛 두 쌍이 샛길을 조심스럽게 가로질렀다.

    악어 떼가 정글 숲을 지나가듯, 조용하게. 이외의 낯선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제가 먼저 문을 나설게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호를 시작으로, 남자가 문을 천천히 열었다.

    끼이익 ; 하고 열린 대문이 눈치 없게 적막한 분위기를 깨버렸다.

    예상치 못한 실수에 놀란 남자는, 열려있는 틈을 이리저리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모양인지, 다시 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요. 안전해요”


    활짝 열린 뒷문을 등지고 내게 미소를 보이는 남자의 등 뒤로, 희끄무레한 것이 비친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잠깐의 실수로 울린 소음 때문인지, 애초에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가 내 손목을 다시 쥐어 잡고 내게 명령을 했으며, 그 명령을 따라야 했다.


    “아가씨! 힘껏 달려요!”


    남자는 나를 지나쳐서 샛길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 속도에 맞추기 위해 나 또한 힘껏 달렸다.


    기기기기기기긱 ;


    이제는 언니인지 살인마인지 헷갈리는 존재가 칼을 벽에 긁으며 쫓아오기 시작했다.

    가히 인간이 아닌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이제는 손만 뻗으면 잡힐 거리.

    아니, 벌써 잡혔다.


    푹 ;


    남자의 말이 맞았다.

    등 뒤로 꽂힌 칼의 손잡이를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애석하게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무릎이 땅바닥에 내던져지고, 곧 이어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막지 못 했다.


    “안 돼!!!”


    남자가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해요. 당신의 기대를 저버렸어요.’




    몸을 감싸는 포근함으로 인해 점점 눈이 감겼고, 졸음이 미친 듯이 몰려 왔다.

    내 몸을 빠져나간 피가 큰 웅덩이를 이루더니, 커다란 이불로 바뀌어 나를 덮어갔다.

    그 정도로 너무 따뜻했다. 정말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목적을 이룬 살인마는 멈추어 서서, 땅 위에 엎드려 있는 목표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승자가 흔히 도취되어 버리는 우월감이 아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그리고는 이내 중얼거렸다.




    “반가워, 동생”

















    “으으……”


    본능적으로 내뱉은 신음소리로 인해 눈을 떴다.

    순간, 땅바닥과는 비교가 안 되는 푹신함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기운이 없는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다 정면에 걸려있는 달력에서 시선이 멈췄다. 오토바이에 치인 날이 벌써 작년 일이 되었다니,

    꽤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던 모양이다. 하기야 지금 내 몰골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링거를 맞고 있는 가느다란 팔뚝 쪽에서 낯선 인기척을 느꼈다. 과일 바구니에서 과일을 뒤적거리는 여자가 범인이었다.

    근데 이 여자, 어디서 많이 봤는데.


    “혜지?”


    아, 살인마.

    내가 기겁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는지 무작정 누군가를 깨우기 시작했다.


    “엄마!!! 혜지 깨어났어!!!”

    “응? 혜지가?”


    내 옆에 누워있던 엄마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 엄마가 나를 와락 껴안았다.


    “아이고... 혜지야...”

    “아파”


    엄마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나를 이리저리 살폈다.

    언제나 눈을 감고 누워 있던 딸이, 눈을 뜨는 것도 모자라 말까지 함으로써 적잖이 흥분하셨나 보다.

    이로써 변함없는 사실은, 내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사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한 손에는 사과를 들고 있고, 한 손으로는 과도를 집어 든 언니.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그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엄마, 언니가 나 죽였어”

    “무슨 소리야?”

    “언니가 칼 들고 나 찔렀어”


    엄마는 내가 큰 실수를 한 것처럼, 도로 따지듯이 말했다.


    “엄마 대신해서 너 수발 다 들어주고, 간호 해준 사람이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언니가?”

    “그래. 언니가 얼마나 너 깨우려고 매일 이름 불러주고, 말 걸어주고 했는데”





    그 때 언니가 했던 말들.

    혼수 상태인 나를 깨우기 위해 했던 말이었다.





    “언니 미안해……”

    “괜찮아, 그 대신 약속 꼭 지켜야 돼?”

    “무슨 약속?”

    “놀이공원 가기로 했잖아”





    그래. 무의식 속의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놓기 위해, 언니가 나를 죽여야 했었어.

    만약 언니를 피해 계속 도망쳤다면, 혼수 상태에서 영영 못 깨어났을 지도 몰라.














    그럼 그 남자는 왜 나를 구하려고 했을까?







    -fin








    출처 : 웃대, 황금우산 님
    2차 출처 : 오늘의유머, gerrard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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