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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 그녀의 이야기 2화
    작성자 : 간호사힘듬 | 조회수 : 2243 (2013-10-18 오전 2:09:56)
    감상료 = 댓글,추천
    =============================================



    고향으로 돌아온 고모님은 그 이후로 원일모를 열병에 하루하루 말라가기 시작했어..

    처음엔 심적으로 큰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 후유증으로 앓는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고모님의 병세는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대..


    읍내 병원도 가보고 칠복이 아버지와 서울 큰 병원에 가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정확한 병명은 나오지 않았고..

    심리적인 문제가 큰것 같다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들을수가 있었대..

    하는수없이 고향집에서 요양을 시작한 고모님이 이상행동을 시작한건..

    그 일이 있고 한달여쯤 시간이 흐른뒤였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고운 외모를 지닌 고모님이..

    서울 공장에 다니다 내려온 이후로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무성해졌는데..

    그도 그럴것이.. 올라갈때 생기넘치던 얼굴과는 정 반대로..

    고향에 내려온 이후로 두어번 얼굴을 마주쳤을땐 고모님 얼굴에선

    산사람의 기운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던거야..

    거기다 아무리 몸이 안좋기로서니 한달여간을 생활하면서 집밖에 나온 횟수가 극히 드물다보니..

    안그래도 쉽사리 소문이 퍼지는 작은 마을에서 고모님 이야기는 단연 화두가 되었지..



    그러던 어느날..

    칠복이 할머니께서 산에 고사리 나물을 끊으러 가셨다..읍내에 약재를 내다파는

    동네 이웃분댁에 잠깐 들린일이 있었대..

    친하게 지내는 이웃인데다.. 약에 관해선 면허만 없다뿐이지..동네에서 유명하신 분이라..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약재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시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 시간까지 된거야..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할머니댁 마당에 들어섰는데..

    글쎄 고모님이 마당에 놓여있는 세수대야에 머리를 쳐박고 엎어져 계시는게 아니겠어..

    놀란 할머님이 한달음에 달려가서 보니까..

    세수대야에 물이 한가득 담여져있었는데.. 그 물속에 고모님이 코를 박고 있는데..

    이게 고모님 의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마치.. 고모님 머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고 있는것처럼 보이더라는거야..


    고모님은 세수대야를 벗어나려고 팔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펄쩍 뛰게 놀란 칠복이 할머니가.. 고모님 어깨를 잡고 어떻게든

    벗어나게 하려고 하는데도..

    못에 박히기라도 한것처럼 고개만은 절대로 세수대야 밖으로 빠져나올수가 없었대..

    이러다.. 귀한 딸이 죽겠구나 싶었던 칠복이 할머니가 세수대야를 냅다 발로 후려치고 나서야..

    고모님은 엎어진 그대로 마당 흙바닥에 코를 박고 넘어졌고..

    그제서야 숨을 몰아쉴수가 있었대..



    그 사건 이후.. 고모님의 기이한 행적은 계속되었는데..

    밤이면 밤마다 방밖으로 빠져나가려고 기를 쓰는 고모님 덕분에 자물쇠를 구해서..

    해가 지는 시간만 되면.. 할머니는 타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모님이 계시는 방문을 자물쇠로 걸어잠글수밖에 없었대..



    그렇게 본격적으로 정신을 반쯤 놓고 지내기 시작하면서..

    생명을 연장할수 있는 만큼만 밥을 먹었고..

    그 이후의 시간은 방에 누워서 아무도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계속 지껄이는게 일상이였는데..

    뼈밖에 남지 않은 그 상황에서도 어찌나 악력이 센지..

    칠복이 할머니가 씻기려고 해도 거칠게 거부하고.. 물수건으로 얼굴이라도 닦아줄라치면

    할머니 얼굴에 침을 뱉고 난리도 아니였대..



    그 곱던 얼굴도 점점 여기저기 검버섯 같은게 피기 시작했고..

    탱탱하고 생기넘치던 몸도 볼품없이 깡마르게 되었지..

    게다가 정신이 나갔을때는 여기저기 소변도 지리고 했는데..

    씻지를 않으니.. 스무살을 갓 넘긴 아가씨 몸에서 지린내와 구정내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대..


    그런 살얼음판을 걷는것같은 하루하루가 지속되던 어느날..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칠복이 할머니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칠복이 할아버지가 나온거야..


    아무런 말씀은 없으시고..

    돌아가실때 입었던 삼베옷을 그대로 걸치시고

    할머니가 누워있는 그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계셨는데..

    할머니는 꿈속에서 본 할아버지가 너무 반갑고..

    고모님 때문에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서 왈칵하고 울음을 터트리셨대..

    그리고..



    ' 칠복아베요.. 내 좀 데불고가요.. 당신이 그리 아끼던 아를.. 내가 망친거나 진배 없응께..

    내랑 아랑 같이 데불고가요.. 안그라믄.. 서울서 개고생만 하는 칠복이도 죽는당께요... '



    이렇게 하소연을 하셨대..

    할머니가 울음을 터트리며 곡을 하시는데도..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씀 없이 할머니를 지긋이 바라보셨는데..

    그 눈빛이 마치.. 모든것을 알고 있는것 같은 그런 눈빛이였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할아버지가 손을 올리시더니..

    생전에 중요한 문서나 아끼는 물건같은걸 넣어두셨던 궤짝을 조용히 가르키시더래..

    영문을 모르는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가르킨 그 문갑을 넋놓고 바라보는 그때..



    갑자기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할머니가 잠에서 깨어나게 된거야..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분간이 안됐던 할머니가

    꿈속에서 할아버지가 가르킨 그 문갑을 바라보니까..

    문갑을 고정하고 있던 걸쇄 부분이 부러져있고..

    그것으로 인해 문갑 문짝 두개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더라는거야..

    우당탕거리는 소리는 바로 그 문짝이 떨어져나가는 소리였던거지..


    꿈속에서 할아버지가 가르킨 바로 그 궤짝의..

    멀쩡한 문짝이 떨어져나갔으니.. 할머니는 뭔가..심상치 않은일이다..

    생각을 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혹시라도 고모님한테 무슨일이 생길까봐.. 궤짝이 있는 안방 문을 열어둔채로..

    고모님 방과 안방 사이.. 대청 마루에서 쪽잠을 자고 계셨던건데..

    해가 넘어간 시간이라 그날도 어김없이 고모님 방 문을 바깥에서 자물쇠로 잠가두셨던거야..

    근데 그 자물쇠가 맥없이 대청마루 구석에 내동댕이쳐져있었고..

    고모님 방문은 누군가가 송두리째 잡고 뜯은것처럼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어이없이 열려져 있었대..



    그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할머니는 곧 쓰러질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는데..

    귓가에 환청처럼 고모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칠복이 아버지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더라는거야..


    아직도 꿈을 꾸는건가.. 몽롱해지는 정신을 급하게 부여잡고 귀를 기울이니까..

    마당 너머로 정말로 칠복이 아버지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더라는거지..

    그 소리에 정신이 퍼뜩 돌아온 할머니가 신발도 신지 못한채로..

    마당으로 내려섰고..




    그때 할머니는 평생을 가도 절대로 잊지 못하는 광경을 목격하셨대..



    마당 너머로.. 아주 큰 감나무가 한그루 심어져있었는데..

    글쎄.. 고모님이 어떻게 그 위로 올라간건지..

    그 감나무 중간 가지에 하얀 속저고리 하나만 달랑 걸치고 앉아있었는데..

    삼단같던 긴머리가.. 감나무 잔가지 여기저기에 걸쳐져있는게..

    마치 그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살아서 하늘을 향해 뻗어올라간것처럼 보이더란 말이야..




    그리고 그 감나무 바로 밑에.. 칠복이 아버지와 처음보는 웬 늙은 노파 한분이 서 계셨는데..

    고모님은 당장이라도 그 감나무 가지에서 떨어질것 같은 아슬아슬한 자세로..

    두눈이 풀려서 앉아있더래..

    결국 할머니가 창고에서 사다리를 꺼내오고

    칠복이 아버지가 목숨걸고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나서야..

    고모님을 구할수가 있었는데..

    무게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던 고모님을 칠복이 아버지가

    등뒤로 들쳐업고 마당에 올라선 그때..



    그때까지도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고모님이..

    칠복이 아버지가 모시고온 노파를 보자마자 미쳐 날뛰며 발광을 하는데..

    건장한 청년이였던 칠복이 아버지 힘으로도 쉽게 제압할수 없을 정도로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발작을 하더라는거야..


    겨우겨우 고모님을 진정시킨 칠복이 아버지가 입을 열었는데..

    칠복이 아버지는 그 당시에 서울에서 통신 기술을 배우고 계셨대..

    전봇대에 올라가서 전선도 만지고.. 집에 전화도 설치해주고.. 그런일을 하셨는데..



    보름정도 전에..


    장애우들이 모여사는 시설에 전화선을 연결하러 가시게 된거야..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내려온 바로 그 노파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칠복이 아버지가 전선을 연결하고.. 땀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한참동안 바라보시더래..

    그러더니.. 냉수한잔 마시고 가라고.. 시설의 사무실 같은곳으로 안내를 하셨는데..

    냉수 한잔을 맛나게 들이키는 칠복이 아버지를 보더니.. 무심하게..




    ' 육신은 비록 여기에 있지만.. 이미 정신의 반 이상을 잡아먹인 사람인데..

    애를 써서 무엇하노.. '



    이 말씀을 하시더라는거야..

    무심한듯 내뱉은 그 말에.. 무언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칠복이 아버지가..

    도대체 그게 무슨말씀이냐고

    물으니까.. 그 노파분이..



    니 혈육한테 닥친일은 요단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벗어날수가 없는일이니..

    더이상 묻지 말라고 말씀하시더래..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고향에 내려와 있던 고모님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꼈던 칠복이 아버지는..

    그 이후로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을..

    노파분께 화도 냈다가.. 사정도 했다가 애원도 했다가.. 그야말로 눈물의 시간을 보냈다는거야..


    그리고 내려오기 바로 전날..

    꿈속에서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칠복이 할아버지가 나타났는데..

    할아버지 손 여기저기가 다 터지고 찢겨져서 피가 송글송글 맺혀있고..

    어디서 묻은건지 시뻘건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는거야..

    그리곤 칠복이 아버지를 보면서..

    쉴세 없이 빠르게 입을 오물오물 거리셨는데.. 너무 안타깝게도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를 않더래..

    애가 탔던 칠복이 아버지가..

    할아버지 손을 잡으려고 다가서니까.. 거세게 뿌리치면서 뒤로 한발짝 물러나시더니..

    또 입을 쉴세없이 움직거리시더래..

    그 애잔한 모습에 가슴이 타들어갈것 같은 기분이 된 칠복이 아버지가

    눈에 힘을 줘서 어떻게든 할아버지의 입모양을

    읽으려고 애를 썼는데.. 딱 두 단어가 보이더라는거야..




    그게 바로 고모님 이름 두글자하고.. 감나무라는 세글자였대..




    잠에서 깬 칠복이 아버지는 집에 무슨일이 난게 분명하다.. 생각하고 그 길로..

    노파가 계시는 시설로 달려갔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시간인지라.. 노파분을 만날수가 없었대..

    그래서 날이 밝을때까지 시설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밤을 지세웠고..

    아침나절에 시설 입구로 들어서시는 노파분을 만나서..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나서야..

    그분을 모셔올수가 있었던거지..



    그분은 칠복이 할머니를 향해 인사를 하고..

    그날 밤 고모님과 한방에서 주무시겠다고 말씀하셨대..

    노파를 보자마자 발작을 일으킨 고모님이 걱정되었지만.. 칠복이 아버지가

    누이동생을 저리 죽게 둘순 없으니.. 죽기 전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기에..

    반포기 상태로 승락을 하셨대..



    겨우 진정시킨 고모님 방으로 노파가 들어가고.. 한참 후에..


    분명 둘뿐인 방안에서 여럿이서 싸우는듯한 소리가 들리고..

    고모님이 자해 할까봐.. 집안 집기들을 모조리 치운뒤였는데..

    쿵.. 쿵.. 거리는 무언가 큰 물체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도 들리고..

    아주 방밖에서 기다리는 할머니와 칠복이 아버지 애간장을 녹이는듯한 소리가 계속 이어지더래..

    그리고 점점 그 소리가 잦아들더니..

    방안에서 노파의 목소리로..


    내일 갈길이 머니.. 두분다 들어가서 쉬시라고..  짧게 말하더라는거야..




    그 소리에 뭐에라도 홀린듯이 두분은 방으로 들어가셨고..

    다행스럽게도 고모님방에서도 더이상 큰소리는 들리지 않았대..



    그리고 다음날..

    지옥같은 하루를 보낸 칠복이 아버지가 정신없이 잠에 취해있었는데..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노파분이 칠복이 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더래..

    지금부터 가도 갈길이 멀다면서 말이야..


    어디를 가는거냐고 묻는 칠복이 아버지의 말에 대꾸도 안한 노파분은

    주섬주섬 본인이 가져온 짐만

    열심히 챙기셨고.. 그렇게 칠복이 아버지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는채..

    노파분 뒷꽁무늬만 쫓아다닐수밖에 없었대..

    칠복이 아버지 고향에서부터 걷고.. 버스를 타고.. 다시 걷고... 또 버스를 타고..

    다시 걷고.. 정말로 노파분이 말한것처럼 아주 긴길을 돌아서..

    어느 산속.. 큰 나무 밑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때서야 노파분은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으시면서..

    여기가 바로 그 자리라고 칠복이 아버지께 말씀을 하시더래..



    무슨소리인지 이해를 못한 칠복이 아버지가 눈만 꿈뻑거리고 있으니까..

    자네 누이동생이.. 사람 거죽을 뒤집어쓴 너구리 새끼한테 당할뻔 했던 장소가 바로 이 장소라고..

    무심하게 내뱉으시더라는거지..

    그 소리에 눈가가 시큰해진 칠복이 아버지가 나무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는데..

    유독 한지점.. 한눈에 보기에도 무언가 주변과는 다른..

    어떤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지점이 있더라는거야..

    본능적으로 다가가기 싫은 기분이 들었는데..

    노파의 발걸음은 칠복이 아버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성큼성큼 그쪽으로 향하더래..

    덩달아 칠복이 아버지도 걸음을 옮겼고..

    그 불길한 기운과 마주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 꿈속에서 칠복이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칠복이 아버지의 아버지..

    그분의 손에 묻어있던 시뻘건 흙의 정체를 확인할수가 있었대..



    노파가 발걸음을 멈춘 그 자리엔..

    도저히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체를 알수 없는 붉은 흙이 잔뜩

    널부러져 있었고.. 누군가가 파헤친것 같은 흔적이 있었는데..

    그 중심에.. 정교하게 빗은것 같은.. 도자기로 만든 시루가 엎어져 있었대..

    그리고 그 시루 주변에 일정하게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 구멍마다.. 용도를 알수없는 쇠꼬챙이가 하나씩 소름돋는 모양새로 꽂혀있더라는거야..





    단 한군데의 구멍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고모님이 생명의 보루로 여기고 끄집어냈던 바로 그 쇠꼬챙이가..



    창귀를 잡아 가두는 감옥의 일부분이였던거지..







    한참 말이 없던 노파가 입을 열곤..

    창귀는 이미 먹잇감을 물어서 이곳을 떠났으니.. 호식총 또한 무의미하다며..

    가지고온 짐가방에 남아있는 시루와 쇠꼬챙이를 담았고..

    그 기분나쁜 붉은 흙도 한줌 유리병에 고이 담아 넣더래..

    그리곤 뒤돌아서 합장을 하고.. 얼이 빠져 있는 칠복이 아버지를 앞세워 빠르게 산을 빠져나왔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인즉슨..



    아주 옛날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던 시기에.. 사람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게 되면..

    그 가족들 모두가 비탄에 빠진 상태로 유골의 일부라도 수습하려 애를 썼대..

    그게.. 먼저 간 가족에 대한 애달픈 마음도 있지만..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은 그 영혼이 편안하게 극락왕생 하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본인을 물어죽인 호랑이에게 제물을 가져다 바치는 창귀가 된다는 믿음이 있었나봐..

    근데 그 창귀는 주로 가족이나 지인을 꾀여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족이 손수 유골을 찾아내서.. 그 유골 위에 시루를 얹고 창귀를 가둬두는 쇠꼬챙이를 꽂아서..

    무덤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호식총이고..

    고모님이 애석하게도 그 호식총을 건드려서 창귀의 속박이 풀리게 되면서.. 그 첫번째 제물로

    선택된게 바로 고모님이라고.. 설명을 해주더래..



    창귀는 제물이 된 대상이 죽기 전까지 절대로 물러섬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쇠꼬챙이에 찔린.. 인두겁을 쓴 너구리 놈도 어차피 수일내에 구천을 떠돌게 될것이며..

    고모님도 칠복이 아버지의 간절함에 마음이 동하긴 하였지만..

    목숨을 장담할수가 없다고 나지막이 말씀하시더래..



    칠복이 아버지는.. 처음엔 정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산으로 노파를 따라나섰던건데..

    본인 눈으로 정말 호식총을 목격하고 나니까..

    노파야말로 고모님의 생명줄이라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더래..


    그래서.. 본인이 할수 있는일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며 애원을 했고..

    산에서 내려오고 몇일 동안을 노파가 말한 '범굿'에 필요한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대..





    그리고 창귀를 속이는 범굿을 하기로 한 그날..

    노파가 미리 점지해둔 장소에 고모님을 데려다놓고..

    방문을 밖에서 이중 삼중으로 걸어잠근 상태로.. 굿판은 벌어지기 시작한거야..

    산에서 가져온 흙을 고모님이 계시는 방문 앞까지 조금씩 깔아놓고..

    호식총을 망가트릴 당시 고모님이 지니고 있던

    머리핀에 식초를 발라 방문앞에 두고 노파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걸로 범굿이 한참 진행되던 그때..





    고모님이 계시던 방문이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대..




    굿판을 도와주던 사람들의 막으라는 소리에..

    칠복이 아버지와 할머니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방문으로 달려갔고..

    방문이 열리지 않도록 기를 쓰고 막았는데..

    굿판이 거세질수록 방문은 더욱더 크게 들썩거렸고..

    장정 몇명이 들러붙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종이장이 떨어져나가듯 어이없이 열리고야 말았대..





    그리고 무엇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고모님이 천천히 방문에서 걸어나왔는데..

    바로 그때..


    고모님의 모습을 본 그 노파가.. 갑자기 공중으로 펄쩍 제비처럼 뛰어오르더니..

    그자세 그대로 고개를 땅에 박고 엎드리더라는거야..


    그리곤 두손을 모으고..

    말없이 걸어나오는 고모님을 향해 싹싹 비는데..

    그때까지 위엄을 가지고 범굿을 치르던 노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무서운 아버지 앞에 앉은 한없이 작은 어린아이처럼 안절부절 못하더라는거지..




    그런 노파를 위에서 지그시 내려다 보던 고모님이 입을 열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사람들이 경악을 할수밖에 없었대..

    절대 여자의 입에서 나올수 없는 아주 굵은 목소리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는데..


    ' 애비의 간절함이 너를 살렸다 '

    ' 애비의 간절함이 너를 살렸다 '

    ' 애비의 간절함이 너를 살렸다 '




    몇번을 목이 쉬도록 같은 말을 반복해서 외치던 고모님이 픽 하고 쓰러졌고..

    그날의 범굿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대..

    노파는 그런 고모님을 향해 반복해서 절을 하고.. 준비했던 제단을 서둘러 정리하고

    홀연히 떠나버렸고..

    쓰러졌던 고모님은 하루가 꼬박 지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는데..

    웬일인지.. 고향으로 내려오기전 생기 넘치던 고모님의 모습으로 돌아간것처럼

    밥을 달라고 하고 칠복이 할머니와 이야기도 하고

    거짓말처럼 몇일동안을 무탈하게 잘 지내셨대..




    그리고 그런 고모님의 변화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칠복이 할머니가..

    평소와 같이 아침밥을 들고 고모님방에 들어가보니.. 방안엔.. 고모님의 필체로 쓴..

    편지한장만을 남겨놓고.. 몇년동안 고모님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대..



    몇달을 시름에 잠겨있던 칠복이 할머니는..

    당시 어린 나이였던 칠복이 막내삼촌을 먼 외가친적댁에 맡겨두었던터라..

    정신을 추스릴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무심하게 세월이 흘러

    가족을 제외하곤 모두의 기억에서 칠복이 고모님이 흐릿하게 멀어져가던 어느날..



    홀연히 사라졌던 그 노파와 함께..

    칠복이 고모님이 돌아오셨는데..


    그땐 이미 무속인의 길에 들어선지가 한참 지나고 나서였대..





    범굿이 벌어지던 그날..

    우리의 눈엔 보이지 않는.. 어떠한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고모님은 끝까지 입을 다물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으셨대..



    한가지 확실한건..

    아직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것..

    그것 하나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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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네이트판 강사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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