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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땅땅치킨알바 | 조회수 : 2148 (2013-08-26 오전 3:23:59)
    -서문-
     
    동산의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가슴까지 길게 뻗은, 고개 숙인 날카로운
    초록색 풀잎 사이로 길게 늘어선 오솔길을 따라 작은 골짜기로 들어서야만 한다.
     
    그곳엔
    졸졸졸 속삭이듯 천천히 흐르는 시냇물 줄기를 따라 오르다보면
    소나무 숲길에 들어서게 되는데, 높게 뻗은
    커다란 소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싼 숲은, 나무 가지들 때문에
    일 년 내내 빛 한 점 들지 않는다.
     
    이러한
    탓에 숲은 일 년 내도록
    나무에서 뿜는 짙은 안개와 진한 솔향기로 자욱하다.
    때문에
    마을에선 소나무 숲을 지나다 솔향기에 지나치게 취한 나머지
    정신을 잃어 헛것을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소문이 돌곤 하였다.
     
    이런 소문으로 인한 기분 탓인지 난 항상
    빛 한 점 들지 않는 촉촉한 이 소나무 숲을 지나칠 때면
    안개 자욱한 나무 사이 어디에선가 날 보고 있는 듯 한
    섬찍한 시선을 느끼곤 하였다.
     
    풀벌레 소리 하나 없는 고요한 숲길을 걷다 순간 파닥파닥!! 굵은
    깃털을 아래로 흩날리며 나무 가지 위에서 세차게 날개짓 하는
    까마귀의 까악까악 울음 소리를 듣곤 하였는데,
    그럴 때 마다 함께 산으로 향하던 친구들 모두 숨죽인 채
    공포에 사로 잡혀 침묵 속에 숨죽이며 산을 오르곤 하였다.
     
    그러다간 어두컴컴한 소나무 숲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그간에 오싹함을 견디다 못 한 한 아이가 와아아아!” 소리치며
    잽싸게 뛰기 시작하면
    모두 뒤쳐지지 않겠다는 듯이 으아아아하하!! 고함을 내지르며
    숨 쉴 새 없이 숲길을 뛰쳐나오곤 하였다.
     
    이러한 까닭에
    햇빛 쨍한 한낮이라 한들 여간해선 홀로
    산 정상에 오르는 일이란 없었다.
     
    캄캄한 어두운 숲길을 빠져나와 산 정상을 오르면
    멀리 내다보이는 회색 도시를 에워싼
    검고 커다란 산 능선들과 동산 주변으로 삐뚤빼뚤 들어선
    마을 슬레트 지붕 집들이 내려다보였다.
     
    !! 저기! 모두 저기들 좀 봐!”
    웅기라는 단정히 머리칼을 빗어 내린
    친구가 먼 산 능선을 손으로 가리키자
    네댓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몰려와선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으로 무언가를 주시하듯 잠시 동안이나마 침묵 속에서 한 곳만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두와 함께
    같은 표정, 같은 소리를 입으로 내며
    네댓명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방향 쪽에
    시선을 두어 같은 폼을 취하곤 하였다.
    하지만 사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 하였다.
    이런 경험들은 내게 자주 있었다.
     
    한번은
    어디, 어디?”라며
    개구리 알처럼 촘촘히 모인
    친구들 틈새에서 무엇을 보고 그리 놀라워 하냐며
    재차 묻고 몇몇 친구가 손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동공을 최대한
    키워 여기 저기 샅샅이 살피며 눈으로 쫒곤 하였으나, 난 단 한 번도
    친구들을 놀라게 했던 표적을 함께 본 기억은 없다.
     
     
    1.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무렵에 전
    죽마고우였던 성균, 명관이라는 친구와 함께
    서울로 상경해 자그만 단칸방 생활을 했습니다.
     
    각양각색에 저마다의 꿈과 목표가 있었으나,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 하던 저희로선
    우선 생활 해결을 위한 직업을 구해야만 했지요.
     
    사회생활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고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하루하루 활력 넘치게 지내는 반면
    전 정말 죽고 싶을정도로 하루하루가 곤욕이었어요.
    하지만 친구들 앞에 내색하기가 싫었습니다.
    또 돈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음을
    일찍이 배운터에다 생활이 걸려 있어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어요.
     
    친구들에겐 꾸준히 일한다 하였지만
    사실 전 여러 허드레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가까스로 벌어들인 돈으로 공동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죠.
     
    어느덧 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 사정은 빽빽 했습니다.
    그렇게 8월의 여름이 되돌아 왔지요.
    휴가는 깊고 푸른 동해닷!”
     
    활발한 성격의 성균이 말엔 대꾸할 필요 없이 우리의
    피서지는 동해로 정해진거나 다름없었습니다.
     
    !? 울산!? 너무 멀지 않아?”
    ! 울산가자
    뜻밖의 목적지에 명관이는 귀를 의심하며 좀 당황스럽다는 듯 되물었어요.
    하지만 성균이의 대답은 의심할 여지없이 울산임을 재차 확인 시켜 주었습니다.
     
    너무 먼 곳 까지 가는 것에 대해 나와 명관이는 좀 더 가까운 동해를 권했습니다만
    이후 들려오는 성균이의 설명엔 더 이상 울산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늬들 대한민국에서 고래가 가장 많이 출몰 하는 곳이 어딘지 알어?
    바로 울산이야! 거기 고래 구경 가는거닷!”
     
    당시에 저와 명관이는 고래 구경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균이의 유쾌한 설명은 단칸방에 맥주캔과 스낵 봉지를 한가운데
    두고 빙 둘러 앉은 셋 모두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리게 해 주었고
    이것이 촉진제가 되어 이내 마법과도 같이 울산에 대한
    괜한 큰 기대감을 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2
     
    저흰 서생 기차역에 내려 자그만 자갈밭이 있는 바다에 도착 하였습니다.
    듬성듬성 커다란 바위들과 주먹만한 크기에 자갈들이 깔린
    온통 자갈밭 뿐 이었지요.
    어디에도 모래라곤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물은 금새라도 심장을 얼릴 듯이 차가웠고
    한 발 내딛으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수심은 깊었어요.
    바닥은 온통 울퉁불퉁 바위와 해초로 뒤엉켜 있어
    수영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어이쿠! 수영도 할 수 없는 이게 무슨 바다냐 인마!
    생선 비릿내만 나는 촌이구만!”
    야야! 이정돈 되야 고래가 나오지! 저 봐라 끝없는 수평선을.
    여기 가만히 앉아, 떨어지는 별보며 고기 꾸우면서 바다를 바라보는거다 또 알어? 히힛
     
    텐트치고 앉은 명관이가
    원망어린 투로 나무라듯 말했지만, 성균이의 말대로라면
    이곳만큼 좋은 곳도 없을 거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사실 텐트 밖에서 숯불을 지피던 전 사람 하나 없이
    떠밀려 오듯 몰아치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은은히 와닿는
    한가로움 속에서 피는 고요함이 내심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텐트를 친 곳으로부터 100미터 가량 떨어진
    저 새하얀 등대가 마음에 들었어요.
     
    쏴아아! 철썪! 파도가 부딪치고 새하얀 물살이 이는 와중에도
    먼 바다를 바라다 보듯 장엄하게 선 하얀 등대는
    휘이이이잉~! 오카리나 연주하듯 바닷바람에 실린 파도소리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악기와도 같이 근사하단 생각 마저 들었습니다.
     
    3
     
    어느덧 해는 지고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유난히 빛났습니다.
    성균이의 말처럼 별똥별은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저도 처음엔 떨어지는 별을 보며
    다신 보지 못 할 것 같단 아쉬움에
    여러 가지 소원들을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빌기도 하였으나,
    이내 시간 단위로 심심찮게 떨어지는 별들을 보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곤 할 정도였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를 가리켰고 저희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성균이는 좁은 텐트 공간을 모두 차지한 채 곤히 취해 속편히 자고 있었습니다.
     
    , ! ? 고래? 저색히 자는 것 좀 봐
    명관인 친구를 나무라듯 혀를 내두르며 말하였고
    전 명관이의 말에 뭐라도 대꾸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물이 깊고 차가운 것이 정말 저 끝에서 희미하게나마 고래라도
    뛰어 오르지 않겠나? 또 난 저기 등대가 참 마음에 드는 걸
    하핫! 그건 그래 햐~ 그나저나 정말로 운치 하난 끝내준다.”
    호쾌하게 웃는 명관인 뜻밖의 명소라며 칭찬하곤 손에 든 술잔을 비웠습니다.
    그나저나 여긴 무슨 사람 하나 없냐?
    그래도 이 바다에 오면 이 쭉쭉빵빵...
    쭉빵 여자라도 봐야 제 맛이지!”
     
    어느덧 취기가 오른 명관인 짓꿋은 농담을 하기 시작 하였고
    전 함께 맞장구를 치며 친구와 늦은 밤 술에 깊이 취해가고 있었습니다.
     
    4
     
    이따금씩 등대가 검은 바다를 비추었고
    어느덧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잔잔했던
    파도소리는 요란스러울 만치 떠들썩했어요.
     
    때론 가슴이 철퍽 내려앉을 정도에 겁이 날 만큼
    파도가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멀리서 새까만 해수면이 한 번 크게 굴절 되어
    높이 솟아 올라 마치 헤일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 거대한 헤일 파도는
    이내 우리가 앉은 자갈밭까지 몰려와 모두 다 뒤덮을 기세로
    거세게 몰아치곤 하였어요.
     
    요란한 파도소리를 명관이도 의식 했는지
    물이 차려나 보네 정말 시끄럽구만!” 조금 전 까지만해도
    그럴대로 괜찮다던 명관인 금새 눈살을 찌푸리며 텐트 안으로 들어 갔어요.
     
    명관이의 말처럼 거세게 밀려드는 밀물의 파도소리는 너무 요란 하였습니다.
    귀청을 찢을 듯 시끄러워 이곳에서 밤을 지새울 수 있을지 의문 이었을 정도였습니다.
    에그,에그! 그래도 저색히 자는 거 봐라 나도 잘련다~, 넌 안 자냐?
    전 좀 더 바다의 운치를 즐기고 싶었지만 명관이의 말처럼
    파도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좀처럼 앉아 있기가 거북할 정도였습니다.
     
    시끄러워 안되겠다. 텐트 문 닫자 너도 들어와
    난 혹시 물이 여기 까지 차면 어쩌나 하며
    명관이의 말끝에 텐트 안으로 들었습니다.
     
    텐트문을 채우니 파도소음은 그런대로 참을만 했어요.
    한밤의 바닷가에서 캠프가 나름 피곤했던지 좁은 자리에 몸을 뉘인 명관인
    새우잠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저도 나른하던 차에 몸을 뉘이니 피로가 세차게 몰려온 탓인지
    지붕에 내걸려 누렇게 텐트 안을 비추는 렌턴을
    끄기로 하고도 끄지 않고 잠에 들었지요.
     
    5
     
    척벅! 처벅! 처!
    그건 물에 젖은 짐승의 걸음 걷는 소리와도 같았습니다.
    잠에서 깰 때 그 소리기 선명했기 때문에
    제가 뜬잠에서 깬 건 그 소리 때문일 거라 생각 했어요. 
     
    밖은 아까완 달리 몹시 조용 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나른해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어졌어요.
    전 누워서 텐트 안을 비추는 렌턴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시 물이 빠졌나 생각하며 물끄러미 렌턴을 바라다보다간
    아아! 렌턴을 끄지 않아 깊이 잠 못 들었구나...
    그나저나 여긴 모기도 없고 참 좋구나...
    그런데 조금 전 밖에서 나던 그건 무슨 소리지?
    뭔가 중량감 있는 물에 젖은 것이 걷는 소리 같았는데....
    뭐 산짐승 그런 게 아닐까?
    이 호기심은 텐트 문을 열지 않고선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텐트 자크를 내리려고 하니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어요.
    텐트 안이 넓직해졌다 느껴 안을 살피니 그새 성균이가 없었습니다.
     
    일찍 자더니 그새 깻나?
    시계바늘을 보니 새벽 세시 이십 분을 조금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처벅 처벅! 질퍽이던 그 소리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씻겨 간 듯 풀렸지요.
    그건 성균이의 발자국 소리일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도 한여름 파도소리가 잠잠해진 지금에 텐트 문을 걸어 잠굴 이유는 없었습니다.
    스으윽! 쟈크를 내리니 파도 한 점 없이 물살은 잔잔하였고
    상쾌한 물안개 바람이 얼굴을 촉촉이 어루어만져 주었어요.
     
    깊은 밤 텐트 정면에서 펼쳐진 수평선과 간간이 불을 비추는 등대를
    엎어져 턱을 괸 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성균이가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의식 하게 되었습니다.
     
    텐트 옆으로 몇 걸음 나서서
    울퉁불퉁 솟은 커다란 바위를 넘어
    용변을 보러 갔나 생각도해 보았지만
    어쨌거나 너무 오랫동안 텐트를 비우는 것 같았어요.
    성균이가 이토록 텐트를 비울 이유라곤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여! 명관아 일어나봐 성균이 못 봤어?” 난 새우잠을 자던 명관이를
    흔들어 깨웠지만 잠결에 짜증내는 명관이를 더 이상
    깨울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단 생각에 그만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유빛깔 피부였던 명관 반바지 끝자락 사이로 드러난
    명관이의 맨다리 살이 온통 검게 그을리고 촉촉히 물에 젖어 있었어요. 
    전 내심 아아! 내가 자는 사이 성균이와 함께 놀았을거라 생각 했습니다.
     
    텐트 안이 갑갑해 슬리퍼를 주섬주섬 챙겨 신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저희가 텐트 친 뒤로는 높은 절벽이 있었어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절벽 위에 위로 꼬불꼬불 뻗은 향나무가 몇 그루가 휘어진 채
    기울어져 있었는데, 마치 몸을 숙여 텐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만 같은 오싹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 잠깐 동안 이었습니다만 시선을 떼지 못 하고 새까만 나무들을 바라보았는데,
    나무들이 우두커니 선 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만 같아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몸에 한기가 감돌았습니다.
     
    나무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어요.
    난 금새 이곳에서 초현실적인 것과 대면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어린 공포감에 사로잡혀 애써 나무에게서 시선을 돌렸습니다.
     
    어느덧 난 나이에 맞지 않게 심한 불안감과
    초조한 공포감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태연한 척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 속에 온통 크고 자연적인 낯선 환경뿐 이었고
    저 굴곡진 새까만 바위 틈새 어딘가에서 누군가 자세를 낮춰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불편한 기운마저 감돌았어요.
     
    아아! 춥구만!” 공포감에 질린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자
    전 자신을 기만하면서 까지 용기에 찬 소리를 내뱉으며
    재바삐 텐트 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6
    새우잠을 자고 있는 명관이 옆에 나란히 누워
    멍히 텐트 안을 비추는 렌턴만을 바라 보았습니다.
    곧 성균이가 오겠지 했지만 성균인 오지 않았어요.
     
    지루할 만큼에 시간이 흘러 전 습관적으로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습니다.
    분명 예삿일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계 바늘은 새벽 네 시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 깰 때부터 없던
    성균이는 도무지 텐트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십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눈 뜨기 이전이니
    30분인지 1시간인지는 저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야야! 공명관! 일어나봐
    ~지금 몇 신데?” 좀 전관 달리 꽤 거칠게 흔들어 깨우자 명관인
    눈 비비며 일어나 제게 시간을 물었어요.
     
    그것보다 성균이 어디 갔는지 알어?”
    볼 일 보러 갔겠지성균이가 없단 걸 이미 알았다는 듯한 명관인
    별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었죠.
     
    전 삼십분 넘도록 성균이가 없다는 걸 설명해야만 했어요.
    저기 바위 넘어로 찾아보자깰 때부터 미심쩍던
    바위부터 가보고 싶어 전 명관이에게 말했습니다.
    저흰 텐트 안 렌턴을 빼내어 바위로 로 뒤덮인 곳으로 향했어요.
     
    7
     
    어느덧 짙은 안개가 드리우기 시작했고 좀전까지만 해도 선명하던 등대의 모습은
    안개 속에 희미하게나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어디에도 성균이는 없었어요.
     
    혹시나 홀로 낚시 줄을 만들어
    줄낚시를 하나 하곤 기대도 했지만 성균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답답함에 우린 이름을 외쳐대며 찾아도 보았으나 철석!철석! 바위를 쳐대는
    파도소리만이 메아리 칠 뿐 바다는 온통 어두 캄캄한 고요함으로 칠해져 있었어요.
     
    하이 참...” 갈피를 못 잡을 상황에서 명관인 답답하다는 듯
    담배를 빼물고 은색에 독수리 문양이 그려진 지퍼라이터를 꺼내 들었는데
    그것이 그만 손에서 미끌려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평소 아끼던 지퍼 라이타를 잡는다고 조급히 한 발 내디딘 명관인
    그만 바위에 미끌려 물 속으로 첨벙 빠졌습니다.
    잠수함이던 명관인 그 자리에서 발버둥 치며 살려달라 몸짓하였어요.
    전 깊지 않으니 수영해 보라고 몇 차례 소리치다 안되겠다 싶어 물 속으로
    뛰어들어 명관이를 바위 위로 끄집어 냈어요.
    명관이와 전 나란히 누웠는데 그 때 때마침 등대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전 그만 그 자리에서 소스라치게 놀라 굳고 말았지요.
    그것은 잠깐 동안 이었지만 새하얀 한복을 입은 여자였어요.
    허리길이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을 바람에 흩날리며
    등대 정가운데 철석 들러 붙어 휭휭 크게 내게 팔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저를 봤다는 신호임이 분명했어요.
    그건 분명 저를 보며 흔드는 손 이었습니다.
    멀리서였지만 그 흰 머리칼에 새하얀 얼굴이
    저를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전 옆에 누운 명관이를 팔꿈치로 가격하듯 쳐대며
    입이 굳어 차마 말을 못 꺼내고 손으로 황급히 등대를 가리켰습니다.
     
    !!?” 좀 전의 긴장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탓인지
    명관인 꽤 긴장한 목소리로
    제게 물으며 등대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 뭐냐구!?” 명관인 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물어왔습니다. 명관이에게 설명을 하려하자 등대에 길다란 머리칼을
    흩날리며 손을 흔들던 여자의 형상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검은 그림자 같이 변하여 제 형상을 알아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전 믿기지 않아 주변을 둘러 보며 바위 위에 우두커니 섰습니다.
    무언가 시선이 느껴져 등을 돌려 해안가 도로 쪽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곳엔 손바닥 크기만큼에 사람의 검은 피사체가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야구모자를 쓴 점퍼를 입은 남자였는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이곳을 바라보며 섰다간
    제가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돌리자 다급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 옆에 세워 둔 트럭에 라이트를 켜고선
    제가 선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습니다.
     
    명관인 그대로 누운 채 하늘만 바라 보았고
    곧 하늘은 붉게 물들었습닏.  
    얼마 안 있어 해는 밝았지만 그 날 성균이는  돌아오지도 않았습니다.
     
    그 날 이후 실종 신고도 하였지만 익사로 추정되던
    시체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문-
     
    여기까지가 지난날 있었던 범행에 대한 웅기의 진술이다.
    웅기는 나와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 웅기는 일을 하지 않았고
     
    얼마 안 있어 난 군대에 입대 하여싿.
     군대에 가서도 웅기와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전역한 후 고시원 생활을 하던 때에 난 고시원 촌에서
    우연히 웅기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웅기는 약물 중독자였다.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웅기는
    나를 보자마자 뜬금없이 그 날 등대에 메달린 그 여인을 못 봤냐며
    재차 내게 케물었다. 붉게 충혈 된 초점 없는 두 눈을 부라리는 것이 실성한 사람 같았다.
    난 이 친구를 그냥 내버려둬선 안되겠다 싶어 재활센터에 신고를 하였고 그때에서야
    웅기가 장기매매 살인 용의자로 수배 중인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 웅기는 성균이와 단 둘이 여행을 가 혼자 돌아온 일이 있다.
    경찰의 말로 미루어 보아 웅기는 미리 사람을 부르고 계획을 짜 일을 낸 것 같다.
     
    하지만 위와 같이 웅기는 사건 진술에 내 이야기를 넣어 나도 경찰서에서
    내 알리바이를 입증해야할 용의자로 지목 돼 조사를 마쳐야만 했다.
     
    난 그날 웅기가 갔었던 여행 전날 울산이라는 행선지 문제를 두고 성균이와 크게 다툰 후 가지 않았다.
    다행히 나의 결백은 확인 되었다. “일종에 싸이코패스라 보시면 될 겁니다.”
    조사를 마치고 혐의가 벗겨지자 수사관이 내게 말했다.
     
    심리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자신에게 벌어진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제 나름 시나리오를 써 그것을 마치 사실처럼 믿어 버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요즘 이같은 싸이코 패스가 증가하는 통에 많은 중범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내게 덧붙였다.
     
    몇 년 후
    그런 끔찍하고도 터무니 없는 일이 아주 오랜 과거가 되었을 쯤에 난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 집에 인사차 울산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난날 웅기가 벌인 끔찍한 사건 현장을 한 번 쯤 둘러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림과 같이 근사한 향나무가 뻗은 절벽 밑으론 정말 웅기의 진술처럼 자갈밭 해안이 펼쳐졌다. 
    새하얀 등대와 큰큰한 바위며 자갈들이 있었다.
    바다 위 어딜 둘러 보아도 배 한 척 볼 수 없는 수평선만이 그어져 있는 맑고 조용한 바다였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다간 웅기가 말한 내가 빠졌다는 바위 정도로 보이는 근처에 서서는
    먼 바다와 등대를 번갈아 보다간 나도 모르게 주섬주섬 담배를 빼물고 
    라이타를 꺼내고자 주머니에 손을 들이밀 찰나였다. 
     
    그 때였다.
    고개를 숙이니 우연히 내가 선 발 밑 바위 틈새에선 늑이 슨 자그만 쇠가 눈에 들어 왔다.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는 뭔가 낯익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주워 들었다.
    그리고 그걸 주워 든 순간 난 그만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그건 내가 십여년 전 잃어버린 비상하는 독수리 그림이 새겨진 지퍼 라이터였다.
     
    오래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때가 머릿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당시에 난 종합병원 임상실험과 수혈 아르바이트를 하며
    병원을 전전하고 있었다.  
    하루는 보름간에 임상실험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길에 지하철 화장실에서 [장기매매 016-896-xxxx] 스티커를
    봤었고 난 히히덕 거리며 곧 있을 여행을 떠올렸다. 
     
    과거에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 한번은 이사를 한 적이 있었다.
    트럭운전수를 불러 짐을 실고 이삿짐을 나르던 중 아버지와 트럭운전수가 싸우는 걸 보았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 목청 껏 소리치며 입에 담지도 못 할 쌍욕을 해대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자 흰머리가 희끗희끗 삐져 나온 영감님 같던 트럭 운전수는
    "에잇! 하는 일이 노가다니깐 생각하는 것도 그 모양새지! 에라이 쌍놈! 퉤!" 하고선
    상종하기도 싫다는 듯이 아버지를 나무라고선 단단히 화가나 등을 돌려 돌아갈 때 하던 
    지금 그 말이 자꾸 내 뼈 속까지 파고 들어 온다. 
     
    나는 어릴 때에 한번은 웅기와 단 둘이 마을 동산 정상을 오른 기억이 있다.
    웅기는 내게 하늘을 가리키며 연이 날아간다고 하였 고
    난 정말 특이한 연이다라며 함께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사실 그날 난 연을 보지 못 했다.
     
     
    201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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