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금으로 부터 4년전.... 학원에서 학교 1학기 기말고사 시험대비를 준비 중 이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학원은 학교 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동네 아주머니들의 성원에 힘 입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습을 실시 합니다. 왜냐?? 생계를 해야되니깐요...
그날도 여느때처럼 자습을 진행했었죠...
자습실은 별도로 5층에 설치되 있어서 감독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책상위에 제 욕을 커터칼로 조각을 해 놓거든요...
여하튼 4층에서 5층으로 걸어서 감독을 올라가는데...
에레베타가 띵~!!! 하고 4층에서 멈추더라구요...
사람의 본능은 띵~!!!에 민감한가 봅니다..
고개를 돌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때.. 여자 수학 선생님의 죽어들어가는 목소리...
수학여자 : 과장님~~~
(참고로 그때 제가 교무과장 이었거든요....)
교무과장 : 예...
한마디 대답을 끝내자 마자... 정말로 키가 190cm 정도, 팔에 여러가지 그림을 새겨놓은 건장한 조폭아저씨 한 명과 그 아저씨의 동생쯤 되는 사람 한명이 에레베타에서 내리더군요...
그러더니 다짜고짜 영어선생을 찾습니다...
190cm : 영어선생 어디있어??!!! 영어선생 나오라 그래!!!
참고로 제 과목이 영어에다가 나름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무서운 선생님으로 통했죠...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제가 영어 선생인데요...> 라는 말을 절대 말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었습니다.
교무과장 : 무슨일이신지요...
190cm : 당신이 영어선생이야!!! 어??
190cm의 아저씨는 한대 때릴 기세로 다가왔습니다...
교무과장 : 아니요.... ㅠㅠ 전 영어선생 아니거든요.... 그런데 무슨 일 이시죠~~??ㅠㅠ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원 교무실로 들어가더라구요.. 같이온 그 동생과 함께...
교무실에서도 계속해서 영어선생을 찾는 무서운 190cm 아저씨...
190cm : 영어선생 나와~!!!! 어떤 XX가 영어 선생이야??
순간 교무실은 적막 그 자체... 정말로 내 인생에 처음 느껴본 적막에 쌓이더군요...
190cm : 영어선생 나오라 그래~!!! 그 XX가 몬데 내아들 때려??!!! 영어선생 나오라 그래~~!!!
그렇습니다... 상황을 대충 파악 해 보니 190cm 아저씨의 아들이 학원 영어선생님한테 매를 맞았고 그 사실을 아버지인 190cm 의 아저씨가 알고 학원을 찾아온 겁니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오늘 때린 학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다행이도 그날은 한명의 학생들도 때리지 않았습니다.
간간히 같이 온 동생도 굵고 낮은 목소리로 190cm 아저씨를 지원하더라구요..
동생 : 빨리 나오세요... 빨리....
참고로 제가 근무하던 학원은 과목별로 선생님들께서 앉아있습니다...
그순간 영어과 선생님들의 자리를 보니.... 이 살벌하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머리를 푹~~ 숙이고 교재연구를 하고 있더군요... 고개를 들 수가 없었겠죠.. 그들이 바로 190cm 아저씨가 찾는 영어선생이니깐요...
전 그때 생각 했습니다.. <분명히 저들 중 한명은 오늘 황천길이구나....ㅠㅠ>
그때... 제게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췄습니다...
바로.. 국어 선생님.... 가장 젊고... 귀신을 잡는다는 해병대 출신의 국어선생님~~!!!
그분께서 강의실에 있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교무실로 오셨습니다.
그때 190cm 아저씨가 국어 선생님께 소리를 질렀습니다...
190cm : 당신이 영어선생이야??!! 어??
어려서 태권도 선수를 했던 저도 조금의 용기를 갖고 국어선생님이 덤비면 같이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나. 우리 국어 선생님...
정말로... 정말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해병대 : 저.. 국어선생인데요..ㅠㅠ
한줄기 빛이 힘없는 짜장면 면발과도 같이 '뚝' 하고 끊어지더군요...
이제는 도저히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학생의 이름을 확인하고 그 학생을 때렸던 영어선생님을 찾을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학생의 이름을 묻고 그 학생의 이름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저희 학원명단에는 없더군요...
그래서 그런학생 없다고 말씀드리니 집에다 전화를 해서 확인하더라구요...
그렇습니다.... 그 학생은 저희학원 학생이 아니고 저희학원 밑에있는 타학원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친절하게 에레베타까지 배웅 해 드리고 가시는 길을 안내 해 드렸습니다..
교무실에서는 영어선생님들의 긴~~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렸고...
잠시동안은 모라 말할 수 없는 애매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나중에 아이들 통해서들어보니... 그 190cm 아저씨 그 학원에서 상위탈위하시고... 한바탕 하셨다는... ^^;
여하튼 저희들은 술자리나 회식에서도 그때를 생각하며 웃으면서 얘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