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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을 열흘 앞둔 이야기
    작성자 : 뒷다리살 | 조회수 : 3020 (2015-09-16 오후 3:36:07)
    해마다 추석이 오기 10일 전 이면 부모님은 우리 형제에게 전화하신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형제가 풀어야할 퀘스트를 던져주시고 
    (주로 고추밭 관련하여 명절이라고 놀지 말고 일해라! 소 같은 놈들아!)
    어머니께서는 시골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물건을 하나씩 '부담 갖 지말고 들고 오렴.' 하시며 부담을 주신다. 그리고 그 진귀한 물건은 
    주로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우리 아들들이 명절이라고 서울에서 이런 걸 다 들고 왔네. 호호홋" 하시며 자랑하시는 데 사용한다. 

    몇 년 전 인가 작은형이 서울에서 생활할 때 추석 선물로 부모님 전원생활의 새로운 활력소를 드리기 위해 야심 차게 플레이스테이션 3을 
    선물로 들고 내려온 적이 있다.

    "어머니 이게 플레이스테이션이라고 서울, 특히 강남 아주머니들한테 요즘 가장 인기 많은 거에요."

    "그려? 이게 근데 뭐하는 데 쓰는 거야?"

    "게임도 할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두 분이 적적하실 때 오붓하게 즐기시라고 사 왔어요."

    자신 있게 어머니께 플레이스테이션을 TV에 설치하며 기능에 관해 설명하는 작은 형을 보며 과연 어머니께서 작은 형에게 언제 시원한 
    마사지를 해주실까 지켜봤다. 물론 그 마사지는 몽둥이 마사지이다. 
    TV에 플레이스테이션 로고가 나오고 작은형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꺼낸 게임은 바로 진삼국무쌍...
    작은 형이 두 분 앞에서 시범을 보일 때 아버지 입에서 아주 작게.. "이런 쌍...." 이란 말이, 그리고 어머니는 진삼국무쌍의 여포로 빙의해
    형에게 방천화극 아니 효자손을 휘두르셨다. 말 안 듣는 불효자에게는 효자손이 약이라는 명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해 추석, 작은 형은 불효를 만회하기 위해 주경야경 낮에도 밭을 갈고 밤에도 밭을 갈았다. 그래도 어머니의 분노는 풀리지 않으셨다.

    올해 추석을 열흘 정도 남긴 어제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다. 해마다 "언제 내려올래?"와 필요하신 것을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올해는 다른 질문을 하셨다.

    "뭐 잘 먹니?"

    "저야 뭐 고기죠. 엄마."

    "아니 너 말고 삼삼이. 애기 뭐 잘 먹는지 알려주면 엄마가 미리 준비해 놓을게."

    "고기 잘 먹어요. 한우 소고기 등심, 안심 가리지 않고 고기는 다 잘 먹어요." 

    삼삼이가 고기를 잘 먹긴, 녀석은 두부를 제일 잘 먹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행복해야 아들도 행복한 법! 나는 어머니께 고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를 믿지 못하셨는지 며느리와 통화를 마치신 어머니는 잠시 후 분노하신 목소리로 내게 전화하셨다. 

    "삼삼이 두부 잘 먹는다면서!!"

    "두부도 잘 먹지만 고기도..."

    "애 아버지가 돼서 아직도 너 먹을 것만 생각하니! 언제 철 들래?"

    항상 엄마 곁에서 해맑고 귀여운 미소를 가진 눈빛이 초롱초롱한 3남의 영원한 막내로 남으라고 하셨으면서 손자가 생기니 말을 바꾸시는 
    어머니가 야속했다. 결국, 어머니는 두부를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직접 두부를 만드시기로 했다. 나는 고기가 좋은데....

    와이프는 해마다 고향의 읍내에서 열리는 마을잔치의 주부 대상 이벤트인 아줌마 팔씨름대회 준비 중이다. 작년에는 집에 쌀이 필요해 고의로 
    2등을 했는데, 올해는 삼삼이 앞에서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뭐 당연히 그리고 무난히 1위 하겠지만...)
    삼삼이를 아령 삼아 한 손으로 들고 손목 스냅의 힘을 키우고 있는 와이프를 보니 듬직했다. 심지어 요즘 비타민으로 도핑까지 하고 있다. 
    올 추석 추풍낙엽처럼 그녀 앞에서 쓰러질 시골의 아주머니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 올해도 팔씨름 대회 나갈 거지?"

    "그럼! 올해는 1등 해야지. 삼삼이가 얼마나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겠어. 호호홍."

    "이왕 하는 거 추석 당일에 남자들 씨름대회 하는데 거기도 참가해보면 어때? 우승까지는 아니지만, 너라면 충분히 4강은 갈 거 같은데,
    4강만 가도 상품 줄걸. "

    나는 중학교 때 WWF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다. 가끔 1대2 핸디캡 매치 경기를 보며 '이런 불공정한 경기가 어딨어!'라며 분노하며 보고는 했다.
    그리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한 명이 이기길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난관을 헤치고 그 한 명이 두 명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 나는 기쁨의 환호를 외쳤다.
    물론 프로레슬링은 각본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삼삼이와 한편이 된 와이프가 내게 잡치기를 시전했고, 나는 광우병 걸린 소처럼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쓰러진 아빠를 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삼삼이가 웃으며 달려와 내 배로 올라와 엉덩이로 누른다. 

    "삼삼아.. 아빠 배 누르지 마.. 똥 나와.."

    원, 투, 뜨리...  오늘도 나의 패배다. 역시 하나도 버거운 데 둘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다. 
     
    출처: 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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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6 전차맨 (2015-09-17 20:23:52)
    추석을 열흘 앞둔 이야기 잘보았습니다.^^
    Lv.44 전스타에요 (2015-09-17 23:30:17)
    내용이 길어서..이후에 잘 보겠습니다..
    Lv.23 JohnSnow (2015-09-20 20:22:35)
    제발 요약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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