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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띠동갑 여직원 입사한 이야기
    작성자 : 뒷다리살 | 조회수 : 3490 (2015-09-07 오후 6:26:20)
    내가 제대하고 삼장법사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이끌고 서역으로 떠나듯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친구 세 놈 데리고 사방팔방으로
    방황할 때, 그녀는 꿈 많은 장래가 촉망되는 12살 초등학생이었다.
    그리고 부장님은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고, 김대리는 코흘리개 고등학생이었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가을이 시작될 무렵 회사에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직원 평균 연령이 37세를 넘어선 튼실한 중견기업이던 회사는 젊은 20대 초중반 여성의 입사 소식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전 직원 앞에서 첫 인사를 하는 날
     
    "안녕하세요. ***입니다. 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 경험은 있지만, 사회생활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녀의 표정은 첫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앞으로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도 사회 초년생 시절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인사가 끝났을 때 물개쇼에서 박수치는 물개처럼 가장 격렬하게 박수치는 사람은 사장님과 나 그리고
    부장님이었다.
     
    "성대리... 띠동갑 입사했다고 아주 입이 귀에 걸쳤네.. 그래..젊은 여직원 입사하니까 좋으냐?"
     
    나와 띠X2 동갑인 사장님이 입에 침이나 닦으라며 한소리 하셨다. 절대 나는 그녀가 입사해서 흐뭇했던 게 아닌 나의 청춘 아니 풋풋한 애송이
    시절을 회상하며 웃었던 것인데.. 그리고 나 같은 흐뭇한 오빠 미소를 넘어 유치원 딸내미 재롱잔치에 캠코더 들고 웃고 있는 딸바보 아빠 모습을
    보였던 건 오히려 사장님이었는데 말이다.
     
    아쉽게도 그녀는 우리 부서가 아닌 타부서로 발령이 났다. 그녀를 애타게 원하던(?) 부장님은(사실 인원 구성상 그녀는 우리 부서로 왔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타부서로 발령이 나자 술 마실 때마다 우리 부는 도원결의를 한 유비, 관우, 장비처럼 술로 맺어진 형제라며 '평생 가자~'라던
    부장님은 나와 김 대리에게 왜 그녀가 우리 부서에 발령 나지 않았나 하는 이유 있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부장님과는 술자리에서는 형님 그리고 회사에서는 철저하게 부장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야.. 성대리 너 술 좀 작작 마셔라. 아침부터 얼굴이 뻘게 가지고 네가 건강에 좋은 자색 고구마냐!"
     
    "저 어제 형님, 아니 부장님하고 마신 건데....그리고 어제 계속 술 마시라면서요..."
     
    언제는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내 얼굴이 삼국지의 미염공 관우처럼 멋있다면서..
     
    "그리고 김 대리..넌 면도 좀 하고 다녀. 외근 다니는 녀석이 그게 뭐냐..그리고 너희 둘 다 책상 정리 좀 해."
     
    김 대리에게는 구레나룻이 남자답다면서 칭찬해놓고서는... 김대리는 나의 발목을 한 번 바라보면서 자신의 구레나룻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술 마실 때는 평소에 일 안 하는 것들이 책상이 깨끗하고 책상이 지저분한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의 월급은 물론 사장님의 용돈과
    유흥생활을 책임지는 저글링과 질럿에게 두들겨 맞아도 묵묵하게 미네랄을 캐는 SCV같은 존재라며 극찬했던 형님인데...
    '가장 책상이 지저분하고 칙칙한 건 부장님이시잖아요! 그리고 제발 양말 좀 신고 다녀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가정이 있고, 나만 돈을 버는
    연약하고 가련한 가장이기 때문에 참았다.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얻은 유비가 제갈량만 편애할 때 관우와 장비가 느낀 심정을 우리가 느끼고 있었다. 도원결의는 개뿔.. 역시 부장님은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흔한 노총각이었을 뿐이었다.
     
    부서가 달라서 그런지 그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나를 비롯한 선배들과 이야기를 할 때 메모를 하며 '네! 알겠습니다!'라며
    반짝반짝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유부남인 나는 '아.. 이 친구 정말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전한 친굴세.. 허허허' 라며
    생각할 때 여성을 볼 때 발목을 가장 먼저 보는 김대리는 수줍게 '네.. 네.. ' 이러면서 발목을 힐끔 바라보고 있었고, 이미 노총각을 넘어
    독거노인의 풍모를 풍기는 부장님은 '**씨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하세요.'라면서 나와 김 대리에게 한 번도 보이지 않던 훈훈한
    사회 선배 아니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입사한 후 우리 부서 두 남자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MC MW라 불리던 부장님은 (MC = 말보루, 커피)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횟수가 현저히 줄고 담배와 커피 냄새가 아닌 은은한 향수의 향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매일 교복처럼 검은색과 남색 양복만 입고 출근하던 김대리는
    일주일에 1~2회씩 어울리지 않는 캐쥬얼한 의상을 입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빨강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녀석의 모습은
    그냥 길거리의 신호등 같았다.)
    그리고 평소 회의 때 검찰청 앞 휠체어에 앉은 대기업 회장님처럼 뭔가 아픈 기색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던 부장님과 해인사에서 묵언 수행을 하는 
    스님 같은 김대리는 회의에 그녀가 참여하면 마치 법률영화의 대립하는 검사와 변호사처럼 서로에게 날을 세우며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주제로도 
    서로 대립했다. 
    물론 그 둘이 대립할 때 나는 평소 회의때보다 더 편안하게 애국가와 내 이름을 한자로 적으며 월급도둑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아니면 다른 꿈이 있었는지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직 하게 되었다.
    그녀를 떠나 보내는 환송회 때 가장 슬퍼하는 두 남자는 구석에서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서로를 위로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로의 빈잔을 채워주며 술을 마시는 독거 노인과 묵언 수행 중인 스님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동안 잘 챙겨주지도 못한 것과 띠동갑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야기 좀 해보나 싶어 그녀와 말 좀 하고 싶었지만 시작도 못 해본
    사내커플에 대한 로망이 부서진 (물론 둘 다 김칫국을 사발 아니 양동이 채 부어 마신 상황이다.) 두 남자 옆에서 안주도 먹으면서 술 마시라면서
    챙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 인사를 위해 우리 자리로 왔다. 두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내가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씨 이제 정이 좀 드나 싶었는데, 벌써 헤어지는 순간이 왔네. 회사에서 했던 거처럼 하면 어디 가나 **씨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화이팅!" 
    내가 생각해도 이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지만, 사회 선배로서는 괜찮은 멘트라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대리님. 저도 대리님과 친해지고, 일도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그녀의 말은 100% 립서비스였지만, 친해지고 싶었다는 말에 기분이 좋긴 했다.
     
    "그러게요. 제가 밥도 많이 못 사주고, 나중에 회사 근처 놀러 오면 연락해요. 내가 밥 사줄게."
    물론 그녀가 내게 연락할 확률은 내 머리에서 수북수북 이라는 모발모발 자라나라 머리머리 소리가 들릴 확률보다 낮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도 립서비스에는 립서비스로 화답했다.
     
    "야.. 성대리 네가 밥을 왜 사. **씨 밥은 내가 살테니까 나한테 연락해. 나도 **씨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게 되니 아쉽네."
    부장님은 말투와 표정 그리고 술잔을 든 떨리는 손까지 아쉬움의 삼위일체의 상태로 그녀에게 말했다.
     
    "김 대리님하고도 많이 말도 못하고, 그래도 대리님 한 번씩 도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그녀는 구석에서 실연당한 남자처럼 천장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김 대리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저.. **씨 이제 김 대리님 말고 다르게 부르셔도 돼요. 뭐.. 선배.. 아니면 오빠라고 하셔도 되고 이제 같은 회사도 아닌데..."
     
    "네? 하하하핫. 네.. 그러면 선배라고 불러 드릴게요.."
     
    "네. 선배라는 단어 좋네요."
    김대리는 그제서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 **씨 나도 부장님이라 부르지 않아도 돼요. 나도 선배라고 불러도 돼요. 선배 좋네..."
     
    "네..? 네.. 선배라고 불러 드릴게요."
    그녀는 할아버지 아니 부장님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워낙 성격이 좋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부장님을 선배라 불렀다.
     
    "그럼 **씨 나도 앞으로 선배라 불러줘요!"
    나도 그들의 대화에 껴들어서 그녀에게 선배라고 불러달라고 말을 한 찰나 부장님과 김대리가
     
    "야.. 성대리 너는 결혼했잖아. 결혼 한 놈이 무슨 선배야.. 아저씨지..!"
     
    "그러게요. 애까지 있는 유부남이 무슨 선배예요. 아저씨지."
     
    그제야 그녀는 우리를 향해 웃으면서 "성 대리님만 아저씨! 아저씨 좋네요!"
     
    겨우 나이차가 띠동갑인 12살 밖에 안나는 데 아저씨라니, 오빠라는 좋은 호칭도 있는데 말이다. 결국 부장님과 김대리는 선배 그리고 나는
    유부남에 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저씨가 돼었다.
     
    하지만 그 후 그녀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들으며 밥을 먹은 사람은 셋 중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들이 전화기를 가지고 놀다 우연히 그녀의
    번호를 누른 적이 있어 그녀에게 미안하다며 통화를 한 번 한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내가 그 두 총각이 하지 못한 퇴사 후 그녀와의 안부 전화를
    나만이 할 수 있었다. 역시 아들이 있는 아저씨는 위대하다.
     
    출처: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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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4 전스타에요 (2015-09-08 23:55:34)
    글이 길어서..이후에 봐서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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