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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데없이 진지한 이야기
    작성자 : 뒷다리살 | 조회수 : 3423 (2015-09-08 오후 7:08:43)
    내 친구들은 낙천적이다. 

    보통사람들이라면 심각해지거나 얼굴을 붉힐 정도로 안좋은 일이 일어나도 웬만하면 웃으며 넘어가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캠핑을 가서 폭우에 텐트가 휩쓸려 갈 뻔한 위기가 와도 하하 우리 정말 죽을뻔했어? 그지? 라며 웃어넘긴다거나 
    진흙탕에 타이어가 빠져 산 중턱에서 꼼짝못하는 일이 생겨도 이러다 정말 우리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겠는데? 하하하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는 한다. 

    이런 내 친구들도 가끔은 진지해지거나 심각해 질 때가 있는데 그 이유라는게 참으로 어이없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나는 평소보다 늦게 친구들이 모여있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평소와는 달리 친구들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나는 물었다. 

    "야? 뭔 일 있냐?"

    친구 두 명이 서로를 죽일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찍었다고.."

    "웃기지마. 너랑은 안어울려. 그러니까 포기하지?"

    "너랑은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무슨일인가 싶어 나는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다.  

    "야 쟤들 왜 저래?"

    "어 저 옆테이블 때문에."

    옆테이블을 보니 모르는 여자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왜? 아는사람들이야?"

    "아니. 저 끝에 앉은여자가 서로 마음에 든대."

    그 친구들은 당장 주먹다짐이라도 할 것처럼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 저 분 의사는 물어본거야?"

    "설마. 아직 말도 못붙혔지."

    ... 이런 김치국물을 링겔로 쳐맞고 있는 새끼들.. 결국 그 둘은 한참동안 말싸움을 벌였지만 막상 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둘 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우리가 진지해 질 때가 있었는데 그건 밥을 먹을 때였다. 
    일찌감치 모여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어느 날. 우리는 근처의 순대국밥 집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하려는데 갑자기 한 친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근데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뭐? 뭐가?"

    "순대국밥 말이야."

    "순대국밥이 뭐?"

    "그냥 내가 오늘 순대국밥이 먹기 싫은 날이면 어쩌지?"

    "아 또 뭔 개소리야. 니가 오자며?"

    "아니야... 뭔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내가 콩나물 국밥이 먹고싶은거면? 만약 분식이 먹고싶은거라면?"

    그렇게 친구는 한참동안 자아성찰을 하며 고뇌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문제는 우리 모두 쉽게 그런 분위기에 전염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어쩌지? 따로국밥을 먹어야 되나? 아님 밥이 말아져나오는 걸로?"

    "그럼 너무 뜨겁지 않을까? 입천장을 다 데이고 말거야. 그럼 저녁은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하잖아."

    "후후 불어먹으면 되지 않을까?"

    "아냐. 저번에도 후후 불어먹다 낭패를 봤어."

    갑자기 우리 테이블은 급작스럽게 진지해진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일어날까?"

    "아니야.. 일어나기엔 너무 오래 지체했어. 분명 사장님이 상처받을거야."

    "그럼 나는? 내가 상처받는건 신경도 안써? 이 이기적인 새끼들."

    이렇게 쓸데없는 개소리로 열띤 토론을 벌이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버린 뒤였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진지함이 극에 달할 때가 바로 게임을 할 때였다.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잠깐사이에 단톡방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와 있었다. 
    쌓여있는 메시지를 보고 나는 친구들이 나 빼고 사업을 시작했나 싶었다. 
    친구들의 대화는 사뭇 진지했다. 얼핏 얼핏 보이는 메시지들을 보니 

    이번엔 꼭 심사숙고 해서 결정해야해. 

    이건 시간을 들여서 결정하자. 

    잘못되면 어쩌지. 그럼 큰일인데?

    내가 좀 더 정보를 찾아볼게. 

    등등 온갖 심각한 메시지가 단톡방을 뒤덮고 있었다. 난 혹시 무슨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메시지를 다시 위에서부터 찬찬히 훑어내려봤다. 



    ..친구들은 새로나온 온라인 게임 결제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저런 얘기를 대기업 중역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하고 엄숙하게 하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저게 내 친구들이란 사실이었다. 

    출처: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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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4 전스타에요 (2015-09-09 22:12:02)
    시간 관계상 이후에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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