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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유머 이야기
    작성자 : 레딘 | 조회수 : 1624 (2010-06-04 오후 8:02:51)

    제가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아 약간 수정하여 여기에 올립니다.

    그냥 재밌게 봐주세요.

     

    각설하고

     

    오늘 지하철 타다 자지러졌습니다. 아마 글 읽는 분들중에 저랑 같이 그 자리에 계셨던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에 탁 올라타는데 마치 영화 소림무공에나 나올법한 스님께서 턱 하니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계시더군요.
    짙고 하얀 눈썹과 눈에서 나오는 광체에 저 같은 범인이 함부로 눈을 맞댈수 없는 포스를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등받이에 기대고 있는 그 스님에 몸뒤로 찬란한 후광이 감싸고 있어 움찔할 정도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올라타신 다른분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듯..
     
    헌데 다음역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탁 올라 타시더군요.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한눈에 평범한 아줌마가 아니라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눈빛과 무언가 심상치 않은 비밀을 담고 있을것 같은 움찔거리는 입술

    그 분이 드디어 입을 열자 다들 한발짝씩 자동적으로 물러 설 수 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왜 지하철 타면 지옥간다고 하느님 믿으라는 분들 있죠?
    그분도 그런 내공을 소유하신 분이시더군요.

    단 30초 만에 a4용지 석장을 얘기할수 있는 스피드에 달변가 였습니다. 
      
    지하철에 올라타시자 마자 그 짧은 순간 강렬한 내공을 강타받은 승객들은 아주머니에게 향했던 시선을 자연스레 스님에게 향했습니다. 왜일까요.


    아무튼 스님도 그 아주머니도 알게 모르게 우리에 시선을 느끼셨는지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스님쪽으로 성큼 한발 내딛어 다가가시더라구요.
    그리곤 크게 숨을 들이시곤 스님을 앞에두고 일장연선을 하시는겁니다. 하느님 안믿는 불경한 놈이라는 말부터 지옥에
    스님만을 위한 명당자리가 있다나 어쨌다나.

    스님과 아주머니 사이에 강렬한 불꽃이 튀기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제야 몇몇 승객분들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쿡쿡 웃음을 내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웃음이 나면서도 이제는 스님에 대응이 궁금했습니다. 그러자 스님도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잠시 망설이시더니 너털 웃음을 지으시더군요.
    허허허. 이렇게 말이죠. 근데 그 모습이 마치 무림 영화에 나오는 한장면 마냥 목소리에 내공이 실린것 같이 쩌렁쩌렁하시더군요.
     
    아.. 그 순간 만큼은 그 어떤 무림인도 울고 갈만큼 쩌렁쩌렁한 웃음이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일순 움찔하셨지만 역시나 아주머니에 내공도 쉽게 볼수 없을만큼 만만치 않으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그에 굴하지 않으시고 계속 하여 지옥예찬론을 펼치시더군요.
    스님은 계속하여 너털웃음뿐. 둘다 한치에 양보도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스님이 안쓰럽게 느껴지더군요.

    늘 상 실전에서 갈고 딱으며 연마한 아주머니에 내공은 속세를 떠나 지내시는 스님께는 역시나 버거운 공격이었습니다.
    몇 정거정이 지나자 마침 제가 내릴 역에서 때맞쳐 스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시더군요.

     

    다른 승객들도 그런 스님을 
    '잘 하신겁니다 스님. 잘 버티셨어요.'
    이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스님에 당당하지만 소신있는 뒷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걸

    느낄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에 공격에 아직도 만족을 못하셨는지 아니면 승리에 기쁨을 만끽하시는지 마무리 공격을 스님과 저희에 등뒤로 계속하여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머니 공격을

    뒤로하고 지하철에서 하차했습니다.


    허나 스님을 따라나선 저와 몇몇 승객들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 자지러 졌습니다.
     
    스님 내리면서 왈.
     


    "그년 참 말 많네"

    퍼왔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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