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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람보가 되고팠던 중년 아저씨
    작성자 : 소라타군 | 조회수 : 750 (2010-03-08 오전 11:35:35)

    초겨울 추위가 찾아온날.

    중학생 아들녀석과 소파에 앉아 서로 좋아하는 tv프로를 보려고 리모콘 쟁탈전을 벌이던중,

    어느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람보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쇼,오락 프로만 찾아다니던 녀석이 왠일인지 이번엔 채널을 돌리지 않고

    턱을 고이고 영화속에 몰입이 되어 있었습니다.

    중학생 아들녀석도 남자라고 터프한 액션에 총소리가 난무하고 수류탄이 터지는 남자들만의

    세계에 매료된듯한 표정으로 한동안 영화를 시청 하다가 문득,

    "아빠! 군대가면 진짜 저렇게 총쏘고 폭탄 터트리고 헬기도 타?"



    서로 바쁜 사회생활, 학교생활탓으로 부자지간의 대화는 거의 단절 되다시피 했고

    어쩌다 던지는 아들녀석의 질문은 세대차이의 장벽에 부딪혀 늘 무료한 대답으로 끝이 났었는데

    이번 질문 만큼은 아들녀석에게서 받은 질문중 최고로 반가운 질문이었습니다.

    20 여년전에 제대한 군대시절로 뒤돌아간 기분에 소파에 비스듬이 누워있던 자세에서

    군기 바짝든 신병처럼 자동으로 몸이 차렷자세가 되었습니다.

    "그~럼 당연하지. 아빠가 군대 있을적에 훈련을 가서 가상전투를 하는데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는거야. 옆에서는 수류탄이 펑펑 터지지,하늘에서는

    헬기가 기관총을 난사하지...탈환고지가 저기인데 아빠가 분대장으로써

    '돌격 앞으로'........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침투해서 고지를 탈환 했단다.ㅎ"



    손에는 총대신 길다란 피리를 들고 넥타이로 머리를 동여맨 람보가 서 있었고

    어느새 우리집은 전쟁영화 세트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안방문을 박차고 나와 작은방으로 뛰어가며 총을 난사하는 시늉을 보였고

    소파뒤에 숨어 수류탄을 던지는 장면을 연출을 했고 어설픈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며

    아들녀석의 눈에 최면을 걸고 있었습니다.

    "와아~ 울아빠 짱인데! 정말 환상적이고 재미 있었겠네.ㅎ"

    아들녀석의 환호 소리에 우쭐해진 저는 더욱더 고단수의 뻥을 치기 시작 했습니다.

    "겨울에는 혹한기 훈련이 있어. 눈이 허벅지까지 내렸는데 아빠가 산속에서 무덤을 파고

    시체하고 잠을잤었고 눈속에서도 잠을 잤었다.ㅎㅎ생존 훈련이었지.

    배고파서 뱀도 잡아먹고...아참! 이 무릎에 상처 땜통 보이지?

    이 땜통이 총알이 스쳐 생긴 상처란다."

    90%의 뻥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아들녀석이 감개무량 한듯 저의 무릎에 난 상처를 보며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시장을 보고 늦게 집에온 아내와 딸이 현관문에 들어서자 아들녀석이 신이난듯

    아빠의 군대시절 무용담을 주저리 주저리 발설하고 있었습니다.

    "웃기시네. 무릎에 난 상처가 뭐? 총알 스친자국? 이녀석아 속을걸 속아야지.

    그 땜통! 니 아빠가 너 어릴때 술 마시고 넘어져서 생긴 영광(?)의 상처다 이놈아."

    역시 노련한 마누라.속일래야 속일수가 없는 마누라.

    무릎에 난 상처를 급 변경 모드로 취하며,

    "아~ 깜박했네. 무릎이 아니고 머리다.아들아 여기좀 봐.여기 머리 땜통"

    그 역시 어릴적에 짱돌에 맞아 땜통이된 조그만 원형 상처였습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아빠의 군대시절 람보의 로망을 믿는 눈치인 아들녀석.



    [아들아 미안하다.네가 생각하는 화려한 아빠는 육군 보병의 주특기 일빵빵의

    소총수 였단다.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고 수류탄이 이리저리 옆에서 터졌었다는거,

    그거 뻥 이었단다.

    영점사격,실거리 사격만 해봤으니 몇발밖에 쏴보지도 못했고 그것도 탄피

    잃어버렸다고 하루종일 뺑뺑이 돌았던 아빠 였단다.

    헬기?ㅎ 근처에는 가봤다. 낙하산? 전역때까지 한번도 못타봤다.

    눈만뜨면 삽질에, 풀 베느라 낫질만했고,눈이오면 눈치우느라 판초우의와 함께

    발바닥에 땀나도록 뺑이 쳤던 아빠였단다.

    어차피 네가 군대가면 아빠의 무용담이 뻥이었다는걸 알겠지만

    지금은,지금만은 믿어주길 바란다.

    요즘 군 생활 많이 달라졌다는구나.

    어찌됐든 아빠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너와 인연이 되어서 이렇게 만난것 아니겠냐!

    아빠는 자랑스럽단다. 이것도 군 기밀사항이니 쉿!ㅎ]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철딱서니 없이 람보가 되는 중년 아저씨가 거울앞에 서서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육지에서,바다에서,하늘에서모두들 혹한기훈련에,국토 방위에 오늘밤도 고생하시는

    국군장병 당신들이 있기에 따뜻한 안방 아랫목에서 아들녀석에게 뻥을 칠수있게 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게 해주시는 군인 아저씨 당신들에게 고마움을 머리숙여 전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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