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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에서..
    작성자 : 장화니 | 조회수 : 743 (2010-02-07 오후 9:13:55)
    서울에 볼일이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던중

    mp3를 귀에꽂고 눈을감고 음악감상을하고있었다.

    Nell의 노래,selfish love가 시작될때쯤

    레알 selfish적인 인간이 나의 수면을 방해했다.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아줌마.

    손 한쪽에는 십자가,한쪽에는 성서같은걸 들고

    "하느님의 심판이 멀지않았습니다,지금이라도 주를 믿고 회개하시면 솰라솰라.."

    짜증이 솟구쳤다.

    아침시간이라 지하철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 아줌마는 어떻게든 나를 전도하려고 내앞에서 마구마구 주문을 외워댔다.

    472의 데미지를 입었다.
    짜증남이 3 올라갔다.
    기력이 4 떨어졌다.
    공허함이 1 올라갔다.
    화가 8 증가했다.
    욕 스킬을 시전하려다가 자는 척 기술을 시전하였다.
    아줌마(싸이코)는 물러났다.

    그 아줌마가 지나가고 나는 숙면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할려는찰나

    이번에는 행상인 아저씨가 나타났다.

    사람도 별로 없고...그런거에 혹할것같은사람들도 없는데

    장사를 시작했다.

    오늘의 물건은 할아버지할머니의 내복이자 신세대들의 레깅스로도 활용할수있다는

    보온보습의 스판레킹스였다.(2개들이 5천원)

    selfish love가 끝나고 mp3를 꺼버렸다.

    더이상 노래를 들을 기분이 아니였다.

    내가 앉아있는 자리 반대편에 이런 글귀가 보였다.

    "지갑을 꺼내지 마시고 핸드폰을 꺼내세요."

    이 글귀는 잡상인들의 물건을 사지 말고 신고해달라는 내용이였고

    짜증이 났던 나는 핸드폰에 손이갔다.

    그 인간의 얼굴을 보면서 

    '내 수면과 음악감상을 방해했으니 너의 인생을 방해해주마'라는 생각으로

    전화번호를 누르려고했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얼굴이 많이 낯이 익었다.

    벙거지모자를 쓰고 옷을 두껍게 입어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굉장히 낯이 익었고...바로 기억이 났다.

    저분은 내 초등학교4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김석순선생님이셨다.

    40대의 나이와는 맞지않게 농담을 좋아하시고 

    우리들을 "애들아~" 가 아닌 "아들,딸들아" 라고 말해주시며

    애들에게 사탕대신 마른새우를 주시며 몸에 좋다고 하시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들중 한분이였던 그 분이였다.

    갑자기 심장이 한번 쿵! 하고 뛰더니 눈물이 났다.

    코가 찡해졌고 경솔했던 내가 미친듯이 싫어졌다.

    내가 손가락을 잘못놀렸으면 내 은사님의 은혜를 원수로 갚을뻔했다.

    그분이 다음칸으로 가시려고 문을 여실때

    내가 달려갔다.

    "선생님!"

    그분이 날 봤다.

    "김석순선생님 맞으시죠?"

    그 분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모자를 눌러쓰고

    "사람 잘못보셨습니다"라고 했다.

    ...내가 자존심을 건든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렸을때와는 생김새로 많이 달라졌으니 내가 누군지는 모르시겠지...

    "선생님...전 선생님의 제자중 한명이였습니다.
     죄송합니다.비록 초등학교선생님이였지만 한번이라도 찾아가는게 도리였을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분은 어쩔줄몰라하시며 사람 잘못보셨다는...말만 되풀이하셨다.

    그분이 어떤일을 겪었는지 몰라도..교직원이셨던분이 이러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것이라.

    생각같아서는 내 지갑에 있는 돈을 전부 털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자존심강한 선생님은 그 돈을 받지 않으시리라...

    그래서 내 지갑에 있던 전재산 현금 3만원으로 전부 레깅스를 샀다.

    그렇게 해서 속죄가 되겠냐만은...나 자신을 위한 위선이 아닌

    은사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생님이 나한테 고개를 숙이고 감사하다고 하신다.

    또 눈물이났다.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선생님은 레깅스를 실은 수레를 덜그럭..덜그럭..거리시며 다음칸으로 가셨다.

    나때문에 더우셨는지..아님 눈물이 나셨는지.. 

    그분은 벙거지모자를 벗어 손에 꾹 쥐셨다...









    읭?

    어째 머리숱이 많다.

    내가 아는 김석순선생님은 별명이 계란후라이로

    윗머리가 없는 대머리셨다.

    갑자기 눈물이 쑥 들어갔다.

    쫓아가서

    "저기..죄송한데..김석순 선생님 맞으시죠?"

    그분왈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시네..."하며 웃음을 참는다.

    짭잘한수입때문인지 병신같이 눈물콧물흘린 내가 웃긴건지 몰라도

    레알 쪽팔렸다.

    내 자리로 돌아왔다.

    mp3를 켰다.

    Nell의 1분만 닥쳐줄래요 를 재생시켰다.

    한손에는 mp3,한손에는 레깅스 6개...

    반대편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싫었다.

    집에와서 레깅스를 뜯어보니

    오른발왼발 2개들이였나보다.

    그렇게 한짝이 있었고 내가 더 싫어졌다.

    공허함이 7 증가했다.
    짜증남이 5 증가했다.
    자괴감이 12 증가했다.
    현금 3만원과 '사나이의눈물'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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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 서현이아빠 (2010-02-07 23:50:45)
    재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Lv.4 매짱 (2010-02-08 09:10:03)
    재밋는 글 감사합니다.
    Lv.5 소향 (2010-02-14 11:30:08)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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