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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과 라면
    작성자 : cjt99 | 조회수 : 975 (2010-02-05 오후 2:48:50)
    요즘 업무시간중에 몰래 오유에서 짬짬이 눈팅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최근 '라면드립'이 유행하길래 옛날 군생활이 문득 떠올라 적어봅니다.

    십수년전에 특수한(?) 능력을 부여받은 육군으로 서해안 모처의 외진섬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그곳은 민가가 대략 20여가구? 정도로 전기도 안들어와서
    우리부대를 비롯해 섬의 주민들은 발전기로 제한된 전기를 쓰는 그런 곳이었죠

    뭐 부대라고 해봤자 고작서른명도 안되는 해적소굴로 유명한 그곳...
    통신쪽이다보니 24시간을 4교대로 근무하는데 근무를 서지않는 나머지 시간은
    거의 작업의 연속..
    이미 다녀오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군대란곳이 병사들이 아무일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꼴을 심히 혐오하잖아요? 우리부대도 발전실이며 진입로며 방호벽이며
    심지어 멀쩡한 산중턱의 운동장(?) 터닦기 등 오만 가지가지 일들을 많이 했엇고
    그러다보니 벽돌찍기, 미장, 목수..못하는 일이 없었죠..물론 섬이라 벽돌도 바닷물로
    찍어냈지만..^^

    여핳튼 한날도 근무를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은 오늘도 섬의 저끝에 목재를 구하기위해
    열명 안팎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딸딸이...라고 부르던 경운기에 몸을싣고 소나무 사냥에
    나섰는데...아뿔싸, 가장 중요한 물이 없는것이 아닌가...

    참고로 섬이다보니 저녁에 다른부대에선 빵을 먹지만 우린 밤늦게 점오끝나고
    라면을 먹고 자는 풍습이 있던지라 라면은 참 풍부햇죠. 물론 군발님의 필수품인
    머리통만한 오렌지 쥬스역시 부록으로 쌓여있구요....

    문제는, 아직 짬밥이 무르익지 않은 일병녀석이 '라면 챙겨라~'란 말을 곧이 곧대로듣고
    덜렁 라면 한박스만 챙겻다는거? 그래도 다행히 목을 축일 쥬스통은 챙겨왔더군요..
    점심을 때울려고 보니 냄비도 없고, 물도 없고.....?
    덕분에 돌아가면서 된통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고 아주 잠깐 모래바닥에 머리를 심고난
    일병녀석, 어떻게든 라면을 삶으라는 지시에 섬끄트머리를 다 뒤진끝에 드디어
    어디서 떠내려온건지 모를 냄비를 정말 구해왔네? 모양새를 봐선 섬에서 키우던 강쥐녀석들
    식기통인것같은 여기저기 찌그러진 양푼 비스므리한...

    그런데 그런거 가릴 상황이 아닌 우리는 허기를 모면하기위해 모래로 싹싹 잘 닦아서 
    쓸려고 보니 이번엔 물이 문제 였죠. 그때 한 고참이 (당시 저는 상병초짜..ㅋ)
    '야, 바닷물도 물이다~!' 란 말에 주저없이 실행에 옮겼죠... 뭐 면만 건져먹으면되겟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그러면서도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짜지 않을까?' '먹다가 죽는거..아닐까?"
    라고 농담반 우려반....그렇게 라면은 끓고 거기다가 스프도 자알 풀고..

    드디어 보글보글 면이 끓고 다들 나무로 만든 젖가락으로 면을 입에 넣었는데..
    우와 이건 정말~ .. 얼마나 짠지..이건 면만 먹는것도 버거울 정도로 짜더군요...ㅡ.ㅡ
    그래도 어찌어찌 굶주린 배가 우리를 참을성 많은 군인을 만들어줬지만 
    결국은 허기가 가실무렵 도저히 더는 손이 가지 않아 고민끝에 막내녀석이 제안을 해왔습니다..
    '음....쥬스를...넣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헉, 오렌지 쥬스를....
    이눔이 제정신인가..싶으면서도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는지라 다들 두말않고 Go~!

    바로 깡통을 띁고 콸콸콸....쥬스가 믹스되면서
    먹어본 그맛은...마치...지구상에 이런 음식이 있을까싶은...
    짜고 떫떠름하고 시콤쌉싸름한....말로 표현 하고싶지않은 강한~~ 그맛!!
    그래도 다행인것은 가장 감당하기 힘든 짠맛을 커버해주긴 하더군요...
    역시 군복을 입으면 뭐든 가능해진다는걸 실감하며
    우린 그 국물에 면이 떨어지면 다시 면만 넣고 끓이고 건져먹고, 다시 면끓이고....
    그래서요? 다들 먹었답니다...뒤로갈수록 국물의 강도가 약해지더군..다행히..ㅋ

    참 그 국물...안버리고 재활용 했답니다...^^
    언눔이 바닥가에 손씻으러 갔다가 바위에 주렁주렁붙은 홍합줄기를 주렁주렁 들고와서 국물에 풍덩~
    혹시...먹어본적 있나요? 바닷물에 쥬스풀고 스프풀어서 얼큰하게 우러난 국물에 삶아진
    손질안된 홍합맛....
    캬~~ 홍합만 쫄깃쫄깃하고 국물은....죽입니다.......아니...죽습니다...ㅡ.ㅡ
    홍합을 손질하는건 최근에서야 집에서 알았답니다.
    어쩐지 그때 뭐가 씹히는것이 조개치곤 특이하더라니...

    그래도..그렇게 그섬에서 군생활하던 갖가지 기억들이 새록 새록 떠오르는군요..^^
    참, 왜 군복만 입으면 마치 해탈한것처럼 Free~ 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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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 장화니 (2010-02-06 08:49:42)
    좋은 자료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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