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한글판 게임상에서는 '샹바라'로 표기되지만 맞는 표기는 '샴발라[Shambala, Shambhala]'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영문 스크립트가 아닌 중문 or 일문 스크립트로 번역작업을 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요.
중국어로 샴발라는 香巴拉로 표기됩니다. 발음은 '샹바라'입니다.
일본어로 샴발라는 シャンバラ로 표기됩니다.
하지만 일본어에서 ン발음은 뒤에 バ가 오면 ㅁ(미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シャンバラ는 '샹바라'가 아닌 '샴바라'로 발음됩니다.
한글판의 '샹바라'는 아무래도 중문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만...
샴발라나 샹바라나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차이냐고요?
'독도'와 '죽도(竹島-다케시마)'의 차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실까요..?;;
마치 영화 '미이라'에서 '임호테프[Imhotep]'를 '이모텝'으로 표기한 것 만큼이나 개그이지요...
얼마나 허접한 수준의 번역자를 쓴 건지...거 참...;;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샴발라'를 '샹바라'로 알고 있을지...답답하군요;
기본적으로 번역자가 모르는 전문용어가 나오면 그게 맞는 표기인지 용어확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문판은 확실히 샴발라[Shambhala]로 표현됩니다.
샴발라는 14세기 이후에 티베트 불교의 예식서에 속하는 경전에서 처음 나타난 말입니다.
그 경전에는 샴발라가 지리적인 장소라기보다는, 영적이고 신비로운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티베트 신화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960년경에 인도에서 처음 기록된 개념으로 파악됩니다.
이 샴발라 이야기의 요지는 '히말라야 산맥 너머에 독실한 불교신자들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분쟁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19세기에 히말라야를 탐험한 탐험가나 모험가들에 의해서 '샴발라'라는 개념이 서양에 전해지게 되는데요.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그들은 '그 곳에는 크리스트 교도들이 산다(...)'라고 표현을 했으며,
이는 크리스트교의 오랜 전설인 동방에 존재한다는 '요한사제의 왕국'과 동일시되기도 하여 서양인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결국 이런 인종들이 샴발라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만큼이나 뻥(...)이 대부분이고,
(물론 그들이 거짓말은 한 것은 그들이 허풍쟁이였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압박이나 환경 때문이기는 합니다만...)
화려한 샴발라를 보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히말라야의 저산소환경 속에서 환각을 본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티베트 불교의 한 경전인 '칼라카크라 탄트라'의 한 주석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샴발라는 골짜기에 있다. 그 곳에 가려면 연꽃들처럼 이어져 있는 만년설 봉우리들을 지나야 한다...
...샴발라는 필요한 때가 되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인류의 지혜가, 시간과 역사의 파괴 및 부패로부터 격리되어 보존된 곳이다." 2차대전 중에 히틀러가 샴발라에서 찾으려 했던 건 영생의 물이 아닌 저 '지혜'였지요.
이 샴발라가 1933년에 발표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인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샹그릴라'와 동일시되면서 급격히 유명해지게 됩니다.
소설에서 샹그릴라는 다가올 인류의 재앙에 대비하여 인류의 모든 지혜가 축적되어 있는 곳으로 묘사되는데요.
뭐, 명백한 샴발라의 오마쥬이지요...
그 샹그릴라도 최근에는 Paradise 정도의 의미로 변질되면서 샴발라 또한 '도원향', '지상낙원' 정도의 의미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네이놈에 검색만 해봐도...한숨이 나올 정도죠...
이는 중국측에서 샴발라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그 의미를 왜곡시킨 결과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응? 샹바라? 아~ 별 거 아냐. 다른 나라에도 지상낙원 하나씩은 다 있잖아? 그거랑 똑같은 거야, 티벳만 특별한 게 아니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호랑이의 모습이었던 우리나라 지도가 일제강점기에 '토끼' 모습으로 왜곡된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보물이나 영생에 관한 이야기는 그 이후에 '동양문명 = 신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인들에 의해 붙은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샴발라를 묘사한 고문서에 보물이나 영생에 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원작의 패러렐 월드 이야기를 다룬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의 제목이
'シャンバラを征く者(샴발라를 정복하는 자)'이지요.
연금술이 없는 세계에서 바라본 연금술이 있는 세계를 '샴발라'에 비유했는데요...
여기에서도 독일이 전쟁에 이기기 위해 샴발라의 문을 여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달라이 라마(물론 이번 대의 달라이 라마는 아닙니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고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불교의 종파인 겔루크파의 수장인 법왕의 칭호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의 칭호이지,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아무도 샴발라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비록 그것은 존재한다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왕래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다른 세상에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이상향이며 상상 속의 땅이라고 한다.
어떤 주장이 진실이든 간에 전통적으로 샴발라 탐색은 외적인 여행에서 시작하여 내적인 탐험과 발견의 여행이 된다."
- 참고문헌
신화추적자, 마이클 우드&BBC 다큐멘터리/최에리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2006)
개인적으로 언차티드 시리즈...물론 아주 재미있게 플레이했고, 게임으로서는 명작임이 분명하지만...
스토리가 좀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이제 '멀쩡한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비서양) 고대문명'은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네요;
(3는 괴물은 안 나오지만...그것도 정상은 아니니...;; VITA판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언차티드 시리즈를 보면 아직도 '자신 이외의 다른 문명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는 서양문명[문화]우월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마치 90년대의 서양게임에서 묘사된 동양문명처럼 말이지요...
(당시 서양게임에 등장하는 동양인들은 닌자, 강시, 권법가에...그리고 하나같이 기묘한 주술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지요;)
뭐, 이런 자리에서 문화제국주의 같은걸 언급하고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만...
'히말라야 산맥 너머에 독실한 불교신자들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분쟁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샴발라를...
언차티드 2에서 어떻게 묘사했는지...
...한 번쯤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끄적여 보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