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PSP(Play Station Portable)가 2일 국내 시장에 본격 시판되면서 기존 3D 게임폰과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MP3플레이어 시장을 잠식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D 게임, 동영상 재생, MP3 음악 재생 등의 기능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PSP는 기존 게임폰?PMP?MP3P의 주 소비자층인 10~20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에 따르면 PSP는 지난해 12월 12일 일본 시장에 출시된 후 지금까지 약 180만대가 팔려나갔고, 올 3월24일 미국 시장에 출시된 뒤에는 불과 한 달여만에 100만대 가량이 판매됐다. 또 세계에서 3번째로 출시되는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달 12일 2만대 한정 예약 판매분이 5일만에 동이 났고, 지난달 말 소니 오프라인 직영점에서 실시한 500대 한정 판매 때는 젊은 소비자들이 PSP를 사기 위해 밤을 새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소니측은 이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내년 3월 말까지 약 50만대의 PSP가 국내에서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3D 게임폰을 출시한 SK텔레콤과 KTF 등은 PSP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 게임폰이 시중에 본격적으로 유통되지 않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게임폰과 PSP가 게임 마니아를 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게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게임폰과 PSP의 시장은 다를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게임 단말기를 접하려는 게임 마니아들의 특성상 게임폰과 PSP가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게임폰은 PSP가 지니지 못한 통신(네스팟) 및 다양한 부가 서비스 기능을 지니고 있다"면서 "게임폰과 PSP가 시장에서 경쟁한다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것"으로 예상했다.

3D전용 게임폰은 이미 삼성전자의 SCH-G100과 SK텔레텍의 IM-8300이 시중에 나와 있다. 이 달에는 LG전자의 SV-360을 비롯해 팬택앤큐리텔과 모토로라도 게임 전용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PMP 업계는 PSP가 이제 막 시작한 초기 PMP 시장의 복병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PSP가 게임 기능 위주인데다 다양한 포맷의 영화파일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들어 PMP 시장과 크게 상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레전자 엄성관 차장은 "PSP는 PMP와 달리 하드디스크(HDD)가 없어 영화를 보려면 장당 3만원 정도의 UMD 타이틀을 구매해야 하고, 메모리 스틱에 저장해 보려고 해도 1GB짜리가 23만원, 2GB짜리가 50만원이나 되기 때문에 PSP 본체 가격 32만원 가량과 합치면 가격 부담이 상당해진다"며, "앞으로 PMP에 전자사전?내비게이션?DMB 등 킬러 애플리케이션 기능들이 추가되면 PMP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PMP업체는 PSP가 일정 부분 PMP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PMP제품 가격을 기존 50만원대 이상에서 평균 40만원대 초반 가량으로 인하하거나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DMB 수신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큐브는 다음주부터 5.1채널과 SRS 사운드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 `아이스테이션 i2'를 30만원대 후반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아이스테이션PMP 1000이 6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이다. 아이스테이션 i2는 내비게이션 키트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이화산업은 기존 PMP2020의 가격을 59만원대에서 40만원대 초반으로 내리기로 했으며, 이달 말쯤 4.3인치 16대9 와이드 화면을 제공하는 40만원대 초반 제품을 출시키로 했다. SKC도 PVP120의 가격을 50만원대에서 40만원대 초반으로 낮췄다. SKC를 비롯해 레인콤?코원시스템?디지털큐브?이레전자 등 대부분의 PMP업체들은 하반기에 DMB 수신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MP3플레이어 업계는 MP3폰이 등장했을 때 MP3P 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결과적으로 영향이 미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PSP가 소비자에게 게임기로 각인되기 때문에 기존 MP3P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