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7 오전 10:25:28 Hit. 6161
┌────────────┐ │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 └────────────┘
< 6. 고르곤의 목 >
옛날 어떤 섬에 고르곤이라는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고르곤은 세자매로 첫째 언니와 둘째 언니는 불사신이었지만 막내 동생인 메두사만은 불사신이 아니었습니다. 고르곤은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뱀이었고, 이빨은 멧돼지의 어금니처럼 흉측했으며, 손은 청동, 날개는 황금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추악한 곳은 얼굴이었는데 누구든지 고르곤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즉시 돌로 변한다고 합니다. 괴물들도 이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 끝, 아무도 모른느 외딴 섬에서 자매끼리 서로 사이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르곤의 목을 자르려는 영웅이 나타났습니다. 페르세우스라는 이 영웅은 아르고스의 공주 다나에와 하늘의 아버지 체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습니다. 애지중지 키우던 다나에가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자 왕은 몹시 화가 나서 딸과 손자를 커다란 상자에 집어넣고 바다에 갖다 버렸습니다. 하루종일 바다를 둥둥 떠다니던 상자는 파도에 밀려 어떤 섬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고기를 잡으러 나온 어부의 눈에 띄어 두사람은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다나에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어부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 자기 집으로 데리고가 친딸과 친손자처럼 잘 돌보아 주었습니다. 여러해 동안 세 사람은 즐겁게 지냈고, 페르세우스느 어부의 일을 도우며 건장한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어부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아주 마음씨가 고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 조그만 섬을 다스리는 왕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다나에를 보게 된 왕은 그만 첫눈에 사랑에 빠져 틈만 나면 다나에를 찾아가 청혼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습니다. 다나에가 구애를 거절하는 것은 아들 페르세우스 탓이라고 여긴 왕은 구실을 만들어서 그를 없애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느 날, 페르세우스는 왕이 내놓은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해 고르곤의 머리를 잘라와야 하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이것을 안 제우스의 명령때문인지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신들의 심부름꾼인 헤르메스가 이 모험을 도와주겠다고 발벗고 나섰습니다. 아테나는 안내역을 떠맡고, 헤르메스는 도깨비 감투처럼 모습을 감출 수 있는 투구와 하늘을 나는 신발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북쪽 나라의 요정은 고르곤의 머리를 담을 수 있는 자루를 주었습니다. 페르세우스는 먼저 잿빛 나라에 살고 있는 잿빛 여인들을 찾아갔습니다. 고르곤이 살고 있는 곳은 잿빛 여인들만이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셋이서 하나의 눈과 이빨을 같이 쓰는 괴상한 노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이 눈을 뜨고 싶으면 다른 사람 이마에 붙어 있는 눈을 가져와 자신의 구멍에 끼워야 했습니다. 페르세우스는 이런 점을 이용해 눈을 가로챘습니다. 그리고 잿빛 여인들을 협박해서 고르곤이 사는 곳을 물어보았습니다. 고르곤이 사는 곳을 알아 낸 페르세우스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페르세우스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고르곤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로 변하는 게 두려워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페르세우스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아테나가 나타나 거울처럼 잘 닦인 방패를 내밀었습니다. "고르곤을 직접 보면 안돼요. 이 방패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다가가 머리를 잘라요." 헤르메스는 강철 낫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불사신이 아닌 메두사의 목을 쉽게 자를 수 있었습니다. 목이 몸에서 떨어지자 메두사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으며 핏줄기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하늘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메두사의 비명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고르곤의 다른 두 자매는 목이 잘린 동생을 보고는 미칠듯이 화를 내며 쏟아지는 핏줄기 속을 날아다녔습니다. 페르세우스는 몸을 숨기는 투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고르곤에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신발을 신고 그곳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일을 무사히 마친 페르세우스는 돌아오는 길에 이디오피아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바닷가 바위에 묶여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그 소녀는 이 나라의 공주 안드로메다로 바다 괴물의 재앙을 제거하기 위해 산 제물로 바쳐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페르세우스는 재빨리 영웅다운 의협심을 발휘하여 괴물을 물리치고 공주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바다 괴물은 고르곤의 머리를 보자마자 그대로 거대한 돌로 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괴물이 퇴치되자 무서울 게 없어진 안드로메다의 약혼자가 아드로메다를 넘겨줄 수 없다며 한밤중에 페르세우스를 습격했습니다. 페르세우스가 침착하게 고르곤의 머리를 꺼내 보이자 안드로메다의 약혼자는 칼을 머리 위로 치켜 든 채 돌이 되었습니다. 안드로메다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보니 왕이 신전으로 도망친 다나에르 끌어내기 위해 신전을 포위하고 음식공급을 막고 있었습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페르세우스는 고르곤의 머리를 꺼내 왕과 그의 군대를 순식간에 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후 페르세우스는 아름다운 아내 안드로메다와 즐겁게 살아야 했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람을 돌로 만든다는 고르곤의 머리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페르세우스가 나타나면 문둥병자를 본 것처럼 얼굴을 돌리고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입장이 난처해진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의 권유로 고르곤의 머리를 감사의 표시로 아테나에게 바쳤습니다. 아테나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 방패 한 복판에 문장처럼 끼워 넣었습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방패를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신들은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했습니다. "대체 저 애는 무슨 생각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방패에 끼워 넣었을까?" 제우스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하자, 그의 아내 헤라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멋대로 낳은 딸인데 당신이 모르시면 누가 알겠어요. 여자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훌륭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헤르메스가 신들의 걱정거리를 제우스에게 호소했습니다. "비록 메두사는 죽었지만 방패 한 가운데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메두사의 머리는 아직도 돌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증거로 머리카락의 뱀은 지금도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뱀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누가 보고 왔습니까?" 순진한 아프로디테가 헤르메스에게 물었습니다. "그건 소문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아테나가 그것을 번쩍 쳐들고 다니면서 기분내키는대로 일을 벌이면 큰일이지요." "그녀는 현명한 여자니까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을거요." "아테나가 방패를 들고 다니면 정의니 이성이니 뭐니 잘난체 하며 다니기 때문에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희도 무척 괴롭습니다. 돌로 만드는 능력은 신들에게도 무서운 거니까요." "당신은 여전히 겁쟁이군요. 신이 고르곤을 보고 돌로 변할리가 없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인. 고르곤의 머리는 신도 돌로 만드는 아주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이 정말인지 아폴론에게 확인해 보고 오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폴론은 두통이 있다면서 델포이에서 나오지 않아요. 틀림없이 그 놈도 무서운 거예요." 이런 얘기를 뒤에서 듣고 누구 보다도 화가 난 것은 군신 알레스였습니다. 이 난폭한 신은 정의로운 티를 내는 아테나와 사이가 나빴는데, 특히 아테나의 도움을 빌린 디오메데스와 싸워 신의 몸으로 꼴사납게 져서 큰 부상을 입었던 지난 일을 두고두고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틈만 있으면 오만한 아테나를 골탕 먹이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숙적 아테나가 고르곤의 머리를 손에 넣은 것을 알자, 자기도 지지 않고 고르곤 자매의 머래를 손에 넣고 싶어 몸이 달았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자매는 불사신인데다 돌로 만드는 그 무서운 능력을 피하면서 머리를 자를 만한 방법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정부인 싸움의 여신 엘리스로부터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르곤의 머리를 보고 돌이 된 인간에게도 돌로 만드는 능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용품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레스는 엘리스와 함께 인간들을 위협해서 고르곤 앞으로 내몰았습니다. 수백명의 인간이 돌로 변하자 두 사람은 눈을 가리고 돌들을 끌어 모아 커다란 자루에 집어 넣었습니다. 자루를 짊어지고 신전으로 돌아온 알레스는 시험삼아 돌을 인간 세상에 던져보았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로 돌을 늘려가면 아테나한테도 지지 않을 거야." 알레스는 닥치는 대로 돌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돌을 뿌려 돌을 늘려 갔습니다. 알레스는 아테나와 한바탕 싸우게 되면 돌들로 그녀를 생매장시켜 버리겠다고 서슬 퍼렇게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후 알레스를 본 인간들은 눈을 가리고 도망치려 우왕좌왕하였고, 혹은 땅에 엎드려 오로지 빌뿐이었습니다. 알레스가 설치고 돌아다니자 아테나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일이라며 방패를 꺼냈기 때문에 돌이 되는 인간은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인간들은 아테나에게 떼거리로 몰려가 재앙의 원인은 당신에게 있으니 어서 방패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떼어내라고 아우성쳤습니다. 아테나는 자신에게만 죄를 덮어 씌우는 인간들의 처사에 하가 치밀어 방패의 위력이 없어지면 알레스의 폭거에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을 모르느냐며 '정의의 방패'를 점점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돌로 변하는 재앙은 신들에게도 미처 관절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신이 늘어 갔습니다. 수백년이 흐르자 신들은 류마치스처럼 관절이 굳어지고, 수천녀이 흐르자 온몸이 돌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들은 사라졌지만 인간은 수가 많았기 때문에 살아 남았습니다. 돌이 된 신들은 마침내 돌로 만드는 능력도 없어져 완전히 보통돌이 되었다고 합니다.
? 교훈 - 신들에게도 알레르기는 있다!
불량게시글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