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1 오전 1:20:25 Hit. 3371
불황을 모른다던 게임업계에서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게임 개발사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A부터 10% 감원…절반 내보내기도.. 23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게임개발사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이하 EA)는 최근 개발인력의 600여명을 해고한 데 이어 400여명을 추가로 감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체 인원의 10% 가량인 1000여명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EA는 또 내부 개발스튜디오 가운데 최소한 9개를 구조조정하거나 폐쇄하고 성공가능성이 작은 타이틀은 아예 출시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EA는 3월 31일까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해 연 1억 2000만달러 가량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EA마저 이럴 정도니 중견 회사들은 더하다. '모탈컴뱃'으로 유명한 제작사 미드웨이는 파산 위기에 처해 오스틴 스튜디오를 폐쇄하고 개발 중이던 타이틀 일부에 대한 개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는 전체 인력의 25%를 감원할 예정이다.
히트작인 '콜 오브 듀티4'와 '심즈' 등의 게임을 매킨토시용으로 개발하던 아스파이어 미디어(Aspyr Media)도 인원 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침체를 이유로 직원 일부를 해고할 방침이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해 왔던 팩터 5는 지난주 인력의 절반인 38명의 직원을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넥슨·CJ인터넷 등 국내도 구조조정 돌입 이러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사상 최대의 호황'이라던 국내 게임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게임업계는 넥슨과 CJ인터넷을 비롯한 다수의 회사들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퍼블리싱에 실패한 게임들 위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퍼블리싱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과가 미진했던 게임들 관련 인력이 정리되는 것이며 감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아직 퇴사한 인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에서는 떠나게 될 인원이 100명 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CJ인터넷은 개발부서 위주로 몸집을 줄이는 인력개편을 통해 이미 지난 10월 초 전체 직원의 15% 가량을 감원했다. 동영상 포털사이트인 프리챌도 11월 말 20% 가량의 인원을 줄이면서 게임 부문을 포함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YNK 코리아와 예당온라인 역시 최근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소규모 인원이 회사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구조조정이 없어도 신규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다. 게임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자연 감소하는 방향으로 인력계획의 가닥을 잡았다. 정욱 NHN 한게임 그룹장은 "감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당분간 신규 채용 계획은 힘들 것 같다"며 "자연감소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적 구조조정…'1분기 잔혹사' 소문도..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게임업계의 감원 움직임에 대해 내년에 닥칠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비디오 게임산업의 매출 감소와 경기침체가 맞물린 상황이 경영자들로 하여금 미리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의 구조조정은 마케팅과 퍼블리싱 부문 위주로 이뤄진 만큼 올해 나온 신규 게임들의 실패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퍼블리싱 부문에서 가장 큰 감원이 이뤄진 넥슨의 경우 '엘소드', '쿵파' 등의 게임들을 통해 퍼블리싱 사업 강화에 나섰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일종의 '책임론'인 셈이다.
또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탓에 이뤄진 구조조정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다른 게임 이용자들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온'으로 쏠려 업계 전체가 손실을 보았기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아이온의 월 매출은 5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중소 게임업체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내 게임업계는 1분기를 두고 대대적인 감원 바람이 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업계 전반적인 감원 움직임 탓에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게임업계도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예외는 아닌 만큼 이미 조직개편 중인 업체를 위시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이러한 수순을 밟고 있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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